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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랑아리랑 Nov 30. 2023

1시간 집 짓고 24시간 찬란한 우리(4)

무모한 도전은 무한 도전으로 기억되리


집을 두고 집을 짓는 일은 꽤 매력 있다. 낯선 곳의 새로움이 일상의 굴레를 벗어던질 홀가분함과 벗어던져도 별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다는 안도감으로 다음 캠핑장을 알아보게 된다. 뭐든 해보지 않으면 몸소 체득할 기회를 가질 수 없는데 말하는 대로 실천하기는 참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형제를 데리고 캠핑 다니는 엄마라는 수식어가 주변 사람들에겐 꽤 신선한 자극이 되는 듯하다. 가는 곳마다 흥미로운 눈빛으로 폭풍 질문과 지지가 쏟아질 때면 이게 이렇게 대단한 일인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그저 엄마라는 이름을 불러주는 유일무이의 존재인 아이들에게 세상의 빛과 그림자로 무수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걸 직접 보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고, 다양한 견해와 입장을 배우면서 아이는 흑과 백의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흑과 백 사이에 있는 수많은 톤의 회색과 같은 복합적 사고를 배운다. 또한 다른 사람의 강점으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자신의 강점과 다른 사람의 강점을 연결하는 법도 체득한다. 이처럼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하는 아이야 말로 창의 영재가 된다.

     틀 밖에서 놀게 하라 ㅡ김경희


육아는 체력전이라 감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아이들과 함께 엄마도 자라기 때문이다. 집 안 살림살이를 가지고 놀던 호기심은점점 동네에서 지역으로 다시 인근지역에서 타 지역으로 넓어지기 시작했다. 바쁜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느리지만 계획된 하루의 루틴을 이어가며 유아기를 보냈기에 캠핑을 앞둔 지금 두 형제를 데리고 다닐 체력만은 의심할 여지없이 준비되었다. 물론 아이들도


무모한 도전은 무한 도전으로 기억되리

진눈깨비 내리는 3월의 주말 아침. 날씨 푸념도 인생은 원래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모험이지 나직이 읊조린다. 눈 비비고 일어난 두 형제를 데리고 익숙한 그곳 소백산 삼가야영캠핑장으로 다시 출발이다. 이번엔 풀옵션대여 가능한 산막 텐트가 아닌 장비빨을 기대하는 현실 캠핑이다. 큰 오빠에게 물려받은 중고 텐트와 코펠세트, 최대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메뉴들, 간단한여벌옷, 이불과 전등, 친정 찬스 온돌매트(접지 않고 둘둘 말아서 보관하는 대형사이즈 매트 지금은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품목이다)까지 세단 승용차에 한가득 구겨 넣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식주를 나름 생각해 얼추 준비하고 자동차 엔진이 돌아가는 순간 비행기가 이륙하듯 공중으로 떠오르는 기분에 핸들을 더 힘주어 잡았다. 어릴 적 손재주 좋은 아버지의 조수역할을 거뜬히 해온 터라 처음 보는 텐트지만 설명서보지 않고도 감이 왔다. 이건 내 스타일이기도 하다. 하다가 막히면 그때 설명서를 펼쳐보는 편. 10살, 6살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길이 곳곳마다 제 역할을 한다. 텐트를 고정시키는 단조팩을 망치로 때리는 동안 큰 아이는 자발적으로 잠자는 공간 이너텐트를 설치하고 물건들을 척척 가져다 놓는다. 작은 아이는 텐트 날개 부분이 날리지 않게 큰 돌을 주워와 듬성 놓고 달달한 막내사탕 하나 입 안으로 쏙 넣는다. ( 역할분담을 출발 전 미리 나눴다)

꽃샘추위로 코 끝 시린 공기가 맴돌지만 낑낑 거리며 가져온 온돌매트 덕에 등 따시고(따뜻하다 경상도 사투리) 배 부르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셋이 대자로 누워 데롱데롱천장에 매달린 조명을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본다. 같은 공간 각자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새로운 도전에 고단했던 작은 아이는 일찌감치 곯아떨어졌다. 소리에 예민한 큰 아이와 나는 밤새 쪽잠을 자다 겨우 잠들었는데 톡톡톡 토톡토톡 투투투 툭 경쾌한 리듬의 빗소리가 텐트를 뚫고 공명되었다. 출발하는 아침에는 진눈깨비가 오더니 이튿날 새벽엔 비라고? 그때부터 긴장되어 온 신경이곤두서게 되었다. 간신히 잠들었던 큰 아이도 빗소리에 깼다. 큰 아이가 잠결에 말한다


“빗소리 다.”

“ 엄마, 나는 텐트 안에서 빗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정말 궁금했어.”


나의 걱정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듯 잠시 안정을 찾는다. 머릿속 시뮬레이션이 빠르게 돌아간다. 텐트 안으로 비가 새어 들어오지 않을까? 젖은 텐트를 그대로 트렁크에 넣으면축축해서 냄새날 텐데 어떡하지? 다행히 요란스럽지 않은 비가 반가웠다.




이른 아침 따뜻한 떡국 한 그릇 든든하게 먹고 첫 캠핑의 대단원을 향해 달려간다. 텐트는 스킨천과 폴대로 분류되기에 인근 슈퍼에 가서 100L 쓰레기봉투 서너 장 사와 젖은 스킨천을 쑤셔 닮고 서둘러 집 접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채로운 날씨 탓에 두 아이와 떠난 첫 캠핑이 ‘리얼 버라이어티 다큐’ 다. 내심 이왕 시작하는 캠핑을 장비빨로 편하게 할 마음은 없었다. 두 아이들과 최소의 용품으로 첫캠핑을 해 본 후 꼭 필요한 용품을 하나씩 장만하자고 사전에 얘기 나눴다. (사실 비싼장비 미리 사 뒀다 몇 번이나 갈까 장담할 수 없었다) 이래나 저래나 집 떠나면 고생이다는 옛 말이 오랜 시간 전해 내려오는 이유를 알겠다. 이 정도 개성 있는(?) 캠핑이라면 다음에 또 가잖말은 안 나오겠지 하던 편협된 나의 생각은 빗나갔다.



두 아이들은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힘듦을 기억하며 우리가 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으로 너무 즐거웠다 말한다. 오히려 이번 캠핑을 기억으로 아쉬웠던 점과 필요한 용품을 다음 캠핑을 위해 장바구니 리스트에 적기 시작한다. (장보기 전 메모하는 습관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 틈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무해한 사랑이 조금 더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해 준다. 장바구니 리스트에 적힌 물건은 잊지 말고 꼭 사야겠다.


다음 캠핑을 기약하며






photo by i-ranga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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