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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o 떼오 Nov 22. 2020

신뷰메파고다의 떼떼와 쩨쩨


오빠! 멋져! 사진!


신뷰메파고다 입구에 도착하자 어디서 나왔는지 많은 아이들이 꽃을 사라고 달라붙는다. 그리곤 익숙한 한국어가 들린다. 


꽃을 사면 아이들이 파고다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어준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300원. 그런데 사진 찍는 기술이 엄청나다. 어디서 배웠는지 아이폰을 나보다 잘 다룬다.



나는 자매 같은 귀여운 소녀 2명의 꽃을 샀다. 


"너네 이름이 뭐야?"


"나는 떼떼. 얘는 쩨쩨."


너무나 이쁜 이름이다. 떼떼와 쩨쩨라. 이 상황 하고도 뭔가 모르게 잘 어울린다. 그녀들은 내가 모델인양 포즈를 계속해서 수정해주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었다. 시선과 손끝, 발끝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소품을 이용해서도 사진을 찍어주는데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특히 사진을 찍고 바로바로 사진 보정까지 해준다. 나는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귀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한참 학교에서 공부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놀 나이인데 생계를 위해서 사진 찍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 카메라까지 가져가서 사진을 찍어준다. 

한 명은 핸드폰, 한 명은 카메라.


둘이 싸우기도 한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나처럼 하라고.


영락없는 어린아이들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점점 파고다 위로 올라갔다. 알고 보니 가장 위쪽에 부처님이 있었고 그곳에 꽃을 내려놓고 기도를 드리는 것이었다. 꽃은 내 것이 아니었고 공양을 드리는 용도였다. 아마도 이 꽃을 돌려가면서 계속 쓰는 듯하다. 그러니깐 내가 낸 300원은 꽃을 산 게 아니라 파고다에서 공양을 드리는 체험, 아이들의 수고비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받은 대우에 비해서 너무나 적은 돈을 지불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500짯 정도 더 주려고 했는데 안 받겠다고 하더라. 



여기서 이런 일을 하는 게 돈이 목적이 아닌가? 이 아이들은 왜 여기서 힘들게 관광객들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것일까? 종교적 신념 때문일까? 지금 나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아이들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떼떼와 쩨쩨는 남 사진은 이렇게 이쁘게 찍어주지만 정작 자신들은 이런 이쁜 사진을 찍은 적이 있을까?' 나는 떼떼와 쩨쩨의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다. 내가 받은 것을 이렇게라도 돌려주고 싶었다.



"애들아 나 너네 사진 찍어주고 싶어. 여기 서봐 이쁘다."


나를 찍어줄 때는 그렇게 장난도 치면서 시끄럽던 아이들이 사진기 앞에서니깐 긴장이 되었는지 무척 어색해 보였다.


"떼떼, 쩨쩨! 좀 웃어봐! 스마일 스마일!"


내가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니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핸드폰을 가져가서 몇몇 사진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자신들이 직접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서 

보정까지 했다.



자신들의 사진을 골라 보정하는 모습이 너무 이뻐 보였다. 떼떼와 쩨쩨의 사진을 보내줄 방법이 없어서 너무나 아쉬웠다.


'나에게는 이 순간이 평생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기억이지만 너네는 잠시 스쳐가는 한 사람들에 불과할 수 도 있겠지. 그래도 나는 너네가 고맙고 그리울 거 같아.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미얀마에 다시 오게 된다면, 나는 너네를 만나러 여기 다시 오고 싶어. 그때 이 사진을 꼭 전달해줄게!'


진심으로 떼떼와 쩨쩨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다. 오늘도 소중한 하루를 선물해줘서 고마워 떼떼 쩨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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