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개최했는데 런던보단 특별하게 해야지?
100년 만에 열린 파리올림픽은 누구에게는 축제이고,
누구에게는 골칫거리였다.
우리에게는 축제였을까?
골칫거리였을까?
사실 축제보다는 골칫거리에 더 가까웠다. 그 이유는 올림픽으로 인해 파리를 온전히 즐기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파리의 물가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래 자리를 지키고 있던 파리지앙, 파리지엔느들의 불만이 정말 컸다. 우리 역시 파리올림픽 때문에 파리에서 계속 사는 것을 포기하고 올림픽 기간 때는 보르도에 내려가서 살기로 결정했었다. 또한 올림픽 기간 때는 지하철 탑승권이 1회에 우리나라돈 6,000원에 육박하여 파리에 대한 애정이 식기도 했다.
파리올림픽이 개막하기 전, 준비과정부터 해서 파리올림픽 개막 당시 그리고 올림픽 경기를 진행하는 방법 등을 보면 프랑스 공무원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고, 파리 사람들의 불만을 보면 파리에 살고 있는 평범한 주민들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이 두 가지 입장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운동선수의 경험과 그 후 체육을 전공했으므로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가지고 있는 것과 동시에 프랑스 문화, 파리라는 도시를 정말 사랑하기에 파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불만에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파리올림픽을 보면서 느낀 점을 각각의 관점에서 한번 이야기해볼까 한다.
파리올림픽 준비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관심이 많냐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체육을 전공했기 때문에 월드컵과 올림픽 등 국제적인 스포츠행사에 평소에도 관심이 많고, 특히 예전 2022년 카타르월드컵과 같이 준비과정부터 잡음이 많은 대회에는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언론이고 뭐고 엄청 떠들기 때문이다. 파리올림픽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파리올림픽의 가장 큰 이슈 거리는 아무래도 센강수질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완전히 개방된 올림픽을 목표로 이전의 올림픽은 스타디움에서 진행했다면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센강에서 진행한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왔고,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인 3종 경기의 수영종목을 센강에서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센강의 수질은 더럽기로 유명하다. 이 같은 더러운 수질을 관리하기 위해 파리시는 엄청난 금액을 쏟아부었지만, 올림픽 개막 며칠 전까지 수영이 가능한 등급기준에 충족하지 못했다. 보다 못한 파리시장은 직접 센강에서 수영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은 파리 시장이 센강에서 수영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센강에 X을 싸러 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이 시기에 넷플릭스에서는 센강에서 상어 떼가 등장하는 '센강'이라는 영화를 개봉하기도 했다. 결국 수영기준은 충족했다고 언론은 주장했지만, 철인 3종경기 당시 수영을 하고 구토를 하는 선수의 모습이 포착되는 등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논란은 계속되었다.
완전히 개방된 올림픽이라는 모토에 또 한 번 피해를 본 사람들은 다름 아닌 파리 주민들이었다. 센강은 파리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강인데 여기서 개막식을 진행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야기한다. 보완으로 인해 센강 근처 대부분이 올림픽 개막 며칠 전부터 통제가 되었고 이동에 제약이 있었다. 또한 올림픽 기간 동안 물가가 엄청나게 뛰었다. 올림픽 특수를 노리기 위해 파리의 있는 숙소, 식당 등은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 지하철 가격은 평소의 2배 가격인 한국 돈으로 6,000원에 육박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파리지앵들은 파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 역시 자신의 집을 에어비앤비로 올리고.
누구를 위한 개방적인 올림픽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전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 다른 나라에서 오는 손님들도 생각해야겠지만 자국민과 어울릴 수 없다면 이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 동안 파리에 머물면서 직접 체감해 보니 부정적인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파리에 있는 유명한 랜드마크들, 건축물들을 경기장으로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역시 파리 주민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아이러니한 점이 있지만,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는 이런 점을 감안하고 진행했으리라.
파리올림픽에서 진행된 경기들을 보면, 비치발리볼은 에펠탑 앞에서, 펜싱과 태권도 경기는 그랑팔레에서, 양궁경기는 앙발리드 앞에서 진행하는 등 파리 시내 곳곳에 있는 곳에서 경기가 진행되었다. 분명한 점은 이러한 광경은 올림픽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처음 보는 광경이라 매우 흥미로웠고, 좋았다. 파리시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파리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려고 작정한 듯 보였다.
또한 선수들의 성비비율을 정확하게 50:50으로 맞췄다는 점이다. 사실 이 전부터 올림픽을 개최했던 나라에서 양성평등을 목표로 여성선수들의 참여를 늘려왔다. 하지만 이렇게 정확하게 성비를 맞춘 나라는 없었다.
어찌 되었건 올림픽이 아무리 스포츠대회라고 하지만 나라의 정치적 상황을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온전히 정치적 목적으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스포츠 정신의 본질을 흐리고, 부작용만 가져올 수 있다.
파리올림픽 역시 누구에게는 성공적인 올림픽이었고, 누구에게는 최악의 올림픽이 되었을지 모른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법.
하지만 올림픽 기간 동안 파리에 있었던 나로서 이번 파리올림픽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파리가 파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