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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관광객과 현지인을 구분하는 방법

파리 사람들에게 신호등은 의미가 없는 걸까?

by 떼오 Theo
나는 오늘도 파리를 걷는다.

지난번에 언급했지만 내가 걷는 이유는 파리의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함도 있지만, 비싼 대중교통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파리에 온 지 한 달 정도가 지나니 어느 정도 풍경도 익숙해졌다. (익숙 졌을 뿐이지 파리가 너무 좋다) 그러다 보니 나는,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관광객보다 파리 현지인처럼 행동하길 원했다. '나는 잠깐 여행 온 게 아니라 여기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무의식 중에 관광객들과 구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대표하는 행동 중 하나가 '무단횡단'이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십중팔구 관광객이다. 파리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지 않는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내가 경험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러했다) 물론 차가 지나다니면 기다린다. 언제는 분명 자동차 신호는 초록불인데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서행을 하거나 멈추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운전자들도 아는 것이다. 여기는 무단횡단의 민족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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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가 없자면? 신호등은 의미가 없다. 파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런 행동들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인들 대부분은 횡단보도 신호를 정말 잘 지킨다. 간혹 3m 정도 되는 횡단보도에서도 신호를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다들 눈치를 보고 있지 않을까?


처음엔 나도 익숙하지 않았다. 파리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니 이것도 적응이 되었을까? 차가 없으면 생각을 거치지 않고 몸이 먼저 움직이게 되더라. 하지만 꼭 차가 오는지 잘 살펴야 한다!




무단횡단을 즐겨하는(?) 파리사람들을 보면서 의아했다. 그들은 항상 여유가 넘치고, 모든지 기다려 주는 줄 알았는데 이런 면에서는 한국 사람들 못지않게 급했다. 그런데 이를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운전자 입장에서는 항상 여유가 넘치고, 먼저 기다려주는 것이 된다. 보행자 우선인 것이다. 심지어 자동차 신호가 초록불일 때도. 그만큼 보행자를 먼저 생각해 주기 때문에 자유롭게 무단횡단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프랑스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걸까? 둘 다 일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더 맞는 것 같다. 아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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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을 잘 지킨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볼 때 순기능을 한다.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을 개개인이 잘 지키면서 살아갈 때 사회시스템은 올바르게 돌아간다. 물론 '올바르게'라는 정의는 그 사회가 정해놓은 것이지만. 즉 규칙을 정해둔 사회(정부)의 방향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사회(정부)의 방향이 흔히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무조건 규칙에 순응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은 규칙을 지킬 것인가, 지키지 않을 것인가 라는 선택의 권리가 있고, 이에 대한 책임도 개인의 몫이다. 우리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칙을 지켰을 때 과연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인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신호를 지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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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규범 그리고 법은 살아있어야 한다.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가치관이 달라지고, 개인들이 포용할 수 있는 정도와 효율성 등이 달라진다. 무단횡단을 예로 들자면,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새벽 같은 경우에는 횡단보도 신호를 지키는 것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대에는 횡단보도의 신호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이러한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최근 뉴욕에서는 무단횡단을 해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파리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파리 사람들이 두 팔 벌리고 환영할까? 그건 또 두고 볼 일이다. 나 또한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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