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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o 떼오 Dec 12. 2020

빠이지옥


빠이에 입성한 그 순간엔 잘 몰랐다. 

'여기가 왜 배낭여행자의 지옥이야? 그냥 평범한 작은 마을 같은데?'


그러나 마을 한바퀴를 쭉 돌고 나서 알아차렸다.


아무것도 없는데... 정말 그냥 작은 마을인데... 활기차. 

여행자의 기분좋은 설렘과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해야될까?

궁금해지더라 빠이 라는 곳에 대해서.



빠이의 매력은 저녁이 찾아오고 부터 시작된다.

야시장들이 하나씩 문을 열고, 낮엔 대체 어디에 있었는지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그리곤 언제나 그렇듯이 길거리는 축제의 장이 된다.

그냥 아무 걱정없이 그 순간을 즐기면 된다.



처음엔 어색했다.

서로가 친구처럼 인사를 하고 거리낌없이 즐긴다.


쭈뻣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 맥주 한잔을 들이킨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어쩌면 처음 느껴보는 자유로움

남 눈치 보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한다.



신나면 춤을 추고, 

힘이 들면 잠깐 눈을 감고, 

웃고 싶으면 웃고, 그게 아니면 무표정.


밤이 깊어질수록 음악 역시 깊어진다.

빠이가 점점 좋아진다. 그리고 떠나기 싫어진다.

술과 음악에 취해 나는 빠이와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그렇게 빠이에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요일개념은 이미 저세상. 

잠시 여행중이라는걸 잊어버린다.



일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마음가는대로 움직인다. 



일몰이 보고 싶으면 일몰이 잘 보이는 장소로 이동해

기다린다.


각자의 방식으로 기다린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까지 걱정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던적이 있었던가.

사실 행복은 가까이에 있었는데 그 행복을 멀리서만 찾고 있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멀리 있는 행복에만 집착할까?

가까이에 있는 행복도 이렇게 많은데.


빠이라는 곳은 나에게 멈추고 싶으면 잠깐 멈추라고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남 눈치보지 말고 당당하라고.



사실 여행중에는 이렇게 말을 해도 현실로 돌아오면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그래도 누가 대신 살아주는거 아니잖아.


너가 책임만 질 수 있으면 맘대로 하라고.



누구나 가슴속엔 별을 품고 있어. 하지만 그 별을 빛나게 하는건 각자의 책임이야.

다른 누가 너의 별을 빛나게 해주지 않아. 


기억이 희미해질때 까지 술을 먹고, 

음악을 듣고,

다음 날 늦게 일어나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잠깐 걷고,

오토바이를 타고 잠깐 근교로 나갔다 돌아오고, 

일몰을 보고,

다시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고,



반복 또 반복.


이제 빠이를 떠날때가 됐나보다.


이상하리만큼 비현실적으로 행복했던 빠이에서의 일상들.

그 기억조각들을 다시 모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이제 빠이지옥을 벗어나 여행을 계속 이어가자.

여행이라는 곳 안에  또 다른 여행에서 나와 다시 여행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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