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관계를 맺는 사람의 특징은 불안형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불안형 애착이란,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사랑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애착 형태이다. 자기를 부정하고 타인을 긍정하는 유형이다.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타인을 과대평가하며, 관계에서 불안감을 느껴 지속적으로 확인받으려 한다. 상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때로는 강하게 통제하려고 하기도 한다.
겉으로 보면 ‘집착하는 사람’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사실 친밀함을 갈망하는 욕구와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자신을 평가절하하기 때문에 나는 버려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항상 안고 있다.
이들은 상대가 조금만 변하는 것 같아도 마음이 힘들다. 연락이 늦어지면 ‘나를 싫어하는 건가?’라고 생각하고, 작은 말투 변화에도 의미를 과하게 해석한다. 게다가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올라와 나도, 상대도 괴롭게 만든다. 자신이 상대방으로부터 공감받지 못하거나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거부당했다고 생각한다. 상황을 다소 과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불안형 애착의 핵심은 사랑이 필요해서 다가간다기보다 불안해서 더 다가간다는 점이다. 그들의 마음의 중심은 상대가 좋아서가 아니라 잃기 싫어서 움직인다. 그렇기에 상대를 더 조이게 된다. 생각해 보라. 우리가 딸기우유나 케이크를 좋아한다고 이것을 어디 못 가게 하진 않지만, 돈이나 자산 같은 것들은 꼭 가져야 할 것이기 때문에 움켜쥐려고 하지 않는가. 그걸 사람한테 똑같이 적용한다고 보면 된다.
불안형 애착의 특징으로는 감정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상대는 아직 편안하게 걸어오고 있는데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이미 뛰고 있다. 혼자 저만치 앞서가 놓고는 느린 상대를 보고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걱정한다. 그들은 그만큼 감정이 잘 자라고, 쉽게 깊어지고, 쉽게 상처받는다.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관계에서 오는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다른 사람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상황도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즉시 감정으로 반응한다. 답장이 늦으면 마음이 변한 것 같다고 생각하거나 상대의 표정이 조금이라도 어두우면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사실보다는 해석을 우선하여 자신의 마음을 괴롭게 만든다.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들은 확신을 받고 싶고, 안도하고 싶고, 관계가 안정적이라는 확실한 답을 원한다. 그래서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맞추고, 더 많이 주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하면 상대도 나와 동일하게 해줄 거라는 기대를 한다. 그러다가 상처받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더 불안감이 커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기도 한다.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처음 관계에서는 자신의 상태를 잘 몰라도 여러 관계 속에서 자신이 불안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불안형 애착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도대체 나는 왜 이런 애착을 가지게 된 거야!’라며 괴로워한다.
사실 불안형 애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어린 시절에 겪었던 애정 경험이 불안정했을 때 이루어진다. 특히 이런 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
주 양육자 (주로 부모님)의 애정이 일관적이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불안형 애착이 생길 수 있다. 어떤 날은 따뜻하게 대해주고 어떤 날은 차갑게 거리 두는 부모님 아래에서 아이는 감정이 들쑥날쑥하게 된다. 그러면 아이는 ‘사랑은 안정적이지 않아. 언제든 사라질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는 버려졌던 기억, 거부, 거절당했던 기억이 크게 남아있으면 불안형 애착을 가지기 쉽다. 나 역시 불안형 애착이 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나온 경험 속에서 수없이 거절당하고 버려졌기 때문일 거다. 어릴 때부터 나는 누군가가 내 옆에 있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는 경험을 반복했다. 가족과 원치 않았던 단절, 갑작스럽게 끊겨버린 관계들, 아직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버려졌던 기억들. 다 지나간 일이지만 내 마음은 기억하고 있었다. 어릴 때 느꼈던 두려움들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아 나를 불안형 애착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은 이렇다.
‘사랑받고 싶은 만큼 더 잘해야 해.’
‘이 관계를 잃어버리면 안 돼.’
‘이 사람이 떠나가면 어떡하지?’
이런 마음은 감정을 지나치게 빨리 키우면서 관계의 속도를 앞당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대와 문제가 생기곤 한다. 갈등을 피하고자 자신을 희생해 가며 상대에게 맞추거나 상대를 통제하려고 시도한다. 이게 과해지면 집착이 된다. 상대에게 집착하는 사람 마음의 기저에는 깊고 애절한 감정이 숨어 있다.
나는 버림받고 싶지 않아요.
이 한 문장이 불안형 애착의 본질을 설명한다. 그들은 자신보다 타인에게만 집중된 시선으로 본인을 잃어버린다. 그렇기에 그들은 타인과 가까워질수록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