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repeat what we don’t repair.”
“우리가 치유하지 못한 것은 반복된다.”
— Christine Langley-Obaugh (심리치료사)
우리는 종종 그런 고민을 주고받을 때가 있다.
‘왜 나는 항상 비슷한 사람에게 끌릴까?’
좋은 사람을 만날 법도 한데 너무 잘해주는 사람보다 조금은 무심하고, 가끔 말투가 차갑고, 연락이 들쭉날쭉한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갔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건 참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종종 다정한 사람을 만나면 안정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심심하다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어디선가 데려온 나쁜 남자, 나쁜 여자를 절절히 사랑하다 뜨겁게 데곤 한다.
윤서도 그랬다. 윤서는 연애 할 때마다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만났다. 처음에는 누구보다 다정했고, 관심도 많았고, 연락도 자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거리가 생기고, 감정 표현이 줄어들고, 어딘가 선을 긋는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윤서는 그러면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또 시작이네. 왜 나는 항상 비슷한 사람을 만나지?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윤서는 늘 같은 의문에 빠졌다.
“왜 난 비슷한 사람에게서만 마음이 움직이지…?”
처음에는 다정하다가도 어느 순간 선을 긋는 사람, 마음은 있는 것 같은데 확신은 주지 않는 사람,
가까워질 것 같다가도 또 멀어지는 사람. 윤서는 그런 사람을 자신의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런 스타일이 좋아서 그런 거겠지.”
그렇게 자신을 설득하며 연애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윤서는 이건 취향이라기보다는 반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사람이 달라도, 상황이 달라도 느낌은 언제나 비슷했다. 윤서와 같이 매번 같은 유형의 사람을 만난다면 질문을 스스로 해봐야 한다.
"혹시 내가 누구에게 끌리는지는 내가 정한 게 아니라 내 어린 시절이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이것이 바로 애착 스키마(Attachment Schema)다. 어린 시절 주 양육자(부모)와의 애착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나, 그리고 타인, 관계에 관한 생각이다. 일종의 지도로 생각해도 좋다. 아이였을 때 느꼈던 따뜻함, 무심함, 거리감, 일관성, 혼란, 안정. 이 모든 것이 성인이 된 후 “나는 어떤 사랑이 편한가, 어떤 사람이 끌리는가”에 그대로 영향을 준다. 이 스키마는 어른이 되어 앞서 우리가 살펴보았던 안정, 불안, 회피 등의 애착 성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 같은 상황에도 일관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부모를 경험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도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묘하게 안심한다. 이건 이상하지만 사실이다. 뇌는 익숙한 감정을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서는 늘 같은 유형에게 끌렸다. 따뜻했다가 갑자기 멀어지는 사람, 확신을 주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인 사람, 조금은 차갑고 신비한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면서 오는 감정은 불안했지만, 윤서에게는 오래전부터 경험해 왔던 무언가 알 수 없는 익숙한 끌림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애착 스키마가 우리에게 미치는 힘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지는 생각보다 우리 머리가 아니라 몸과 감정이 기억하는 방식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또 다른 심리가 숨어 있다. 바로 무의식적 재연이다. 무의식적 재연은 과거의 트라우마나 불행했던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여 다시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가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감정을 새로운 사람을 통해 다시 해결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도는 같은 유형의 사람을 선택하게 만들고 결과는 늘 비슷하게 흘러간다.
게다가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지에 대해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자신이 현실에서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내며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에 ‘왜 나는 비슷한 사람만 만나는 거야? 이 사람들이 나에게 끌리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윤서가 반복해 온 연애는 바로 이 심리의 전형이었다. 윤서는 매번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달라질 거야. 이번에는 상처받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 거야.
이번에는 내가 원하는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사람은 늘 윤서를 헷갈리게 했다. 그녀의 선택은 자신에게 거리를 두고, 확신 대신 모호함을 남기는 사람이었다. 윤서는 해결을 꿈꿨지만, 무의식은 익숙함을 선택했다. 안전하진 않았다. 하지만 익숙했다.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험해 본 감정이었다.
우리가 반복해서 끌리는 사람은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익숙한 감정을 주는 사람일 때가 많다. 그래서 연애를 반복하면 할수록 이런 깨달음이 밀려온다.
“같은 패턴이 또 시작되네.”
“이 사람… 왜 이렇게 이전 사람과 비슷하지?”
“도대체 왜 나는 이런 사람에게서만 마음이 움직일까?”
답은 복잡하지 않다. 과거의 감정이 현재의 끌림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복을 인식하면 우리의 선택은 완전히 달라진다. ‘왜 나는 이런 사람만 좋아해?’에서 ‘내 마음은 왜 이런 사람에게 반응할까?’로 질문이 바뀌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무의식이 만든 반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매번 같은 사람에게 끌린다면 우리는 잠시 이 끌림을 분석해 봐야 한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나는 이 사람이 좋은 걸까? 아니면 익숙함이 좋은 걸까?
과거에서 온 익숙함이 나를 이 사람에게 끌고 온 것은 아닐까?”
반복되는 끌림에는 같은 감정 트리거가 있다. 가령, 무심한 사람에게 끌린다든지, 밀고 당기는 사람에게 끌린다든지, 나에게 기대는 사람에게 끌린다든지, 감정 기복이 있는 사람에게 끌린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이런 트리거를 알면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끌림이 왔을 때 멈출 수 있다.
우리는 익숙함이 아니라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