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연락에 목매는 마음 (1)

by 이레 Ireh

나는 한때 정말 연락에 집착하던 사람이었다. 그게 집착이라는 것도 몰랐다. 지금은 그때의 나를 ‘연락집착녀’라고 부를 수 있지만,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는 상대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그런 행동을 하는 거라고 믿었다. 사실 그건 좋아함을 넘어선 불안의 발작에 가까웠다.

나는 상대방의 연락에 유독 집착했는데 그 연락이 조금만 늦어져도 머릿속에 온갖 상상이 떠돌곤 했다.

‘혹시 다른 여자가 생겼나?’

‘나한테 질렸나?’

‘뭐 내가 잘못했나?’

‘왜 연락이 안 오는 거야! 뭐해!’


혼자서 수백 개의 가설을 세우고, 가설에 살이 붙고 어느새 하나의 거대한 아침 드라마가 될 즈음에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핸드폰을 책상에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고, 화면 켜보고, 꺼보고. 언제 카톡이 오나 다리를 달달 떨면서 폰을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상대가 인스타그램에 접속이라도 해 있으면 화가 벌컥 나기도 하고, 내 카톡보다 인스타그램이 재밌나 싶어 속이 상하기도 했다. 나는 그러면 부글부글 끓는 속을 안고 투덜거렸다.


“왜 나한테만 답이 없지?”


밥을 먹고 있어도, 일을 하고 있어도, 머릿속은 전부 그 사람이었다. 연락이 와야 안심했고, 오지 않으면 정신이 서서히 붕 뜨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그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연락이 비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나는 기다림을 버티지 못했다. 그건 사랑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심히 불안한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올라오는 그 묘한 초조함, 머리로는 “바빠서 그렇겠지”라고 수십 번 말하지만, 몸이 먼저 반응하는 감정. 그게 바로 애착 불안이 만든 감정의 패턴이다.

나와 같은 애착 불안이 있는 사람들은 잠깐의 침묵을 관계가 위험하다고 과도하게 해석한다. 상대는 그저 회의 중일 수도 있고, 샤워 중일 수도 있고, 혹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애착 불안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다.

“혹시 마음이 식었나?”

“내가 뭐 잘못한 건가?”

“왜 답이 없어?”

그들에게 연락의 공백은 버려짐과 같은 정도로 다가오는데 이것이 애착 불안의 핵심이다. 상대가 연락이 늦어지면 왜? 라는 질문이 먼저 나온다.


나는 상대가 답이 오기 전까지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그건 내가 애착 불안이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감정이 폭주했다. 머리는 멈추라고 하는데 가슴은 이미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특정한 것에 대한 불안이 아니기 때문에 더 견딜 수 없었다. 왜 불안한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내 마음은 생존 모드로 움직였다. 연락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안전한지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러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조금씩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내 기분이 내가 아니라, 상대가 손에 쥔 휴대폰에 달려 있게 되었다. 하루가 그라는 사람으로 채워지고 비워졌다. 나는 외적 통제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쉽게 말하면 내 감정이나 상태가 내 안이 아니라 외부 요인에 의해 조절된다고 느끼는 상태다.


불안이 위험에 대한 반응이라면 외적 통제 위치는 감정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기는 상태를 의미한다. 연락이 와야 안심되고 답장이 오지 않으면 불안하고 상대의 말에 내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하게 되면, 끝내는 내 감정이 상대의 행동에 복종한다. 나 역시 그 사람의 답장이 와야 숨을 쉴 수 있었고 오지 않으면 괴로웠다. 하루 종일 폰을 쥐고 확인을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내 감정의 리모컨을 내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넘긴 것 같았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없게 되어버렸고,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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