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결핍을 가진 사람은 쉽게 상대에게 실망하게 된다. 상대가 노력해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자신이 생각하는 부모가 해줘야 하는 만큼) 감정의 공허함을 채워주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허전해서 관계에 더 매달리고 싶어지고 그 과정에서 외롭다고 느낀다. 외로움이 커지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붙잡으려 하는데, 채워지지 않은 감정을 채우기 위해 상대에게 더 의지하고, 더 요구하고, 더 바라게 된다.
심한 경우 감정적 허기를 다른 곳에서 채우려 한다. 그들은 관계 안에서 충족되지 않는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표출한다. 일에 몰두하거나, 쇼핑, 취미, SNS로 분산되거나, 혹은 정서적 관심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기도 한다. 정서적 결핍이 있는 사람들의 외로움이 외도의 배경이 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정서적 결핍이 관계에 껴 있으면 두 사람 다 힘들다. 정서적 결핍을 가진 사람은 어느 순간 자기를 탓하거나 상대를 탓하게 된다. 그러다 관계가 멀어진 뒤에야 자신의 외로움이 얼마나 컸는지 깨닫는다. 이게 정서적 결핍이 무서운 이유다. 다 끝나고 나서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래서 정서적 결핍을 결코 쉽게 보면 안 된다.
그렇다면 정서적 결핍은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 정서적 결핍이 생긴 이유가 관계 안에 있었던 만큼, 회복 또한 관계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선 정서적 결핍은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관계가 필요하다. 상대에게 내 감정을 받아주길 기대하고, 내 감정을 쏟아내도 상대가 내 기대를 채워주지 않으면 실망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난 거절당했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관계가 꼭 연인이나 배우자일 필요는 없다. 전문적인 상담이 훨씬 안전하다.
둘째로는 내 감정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연습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인지행동치료가 상당히 도움이 된다. 정서적 결핍이 있는 사람은 허전하다 (마음이 공허해) -> 불안하다 (내 감정을 받아 줘) -> 집착 (상대에게 감정을 쏟아내며 받아주길 기대) -> 자책 (상대가 받아줘도 내가 상대를 힘들게 했다는 생각에 자책하게 되고 받아주지 못하면 실망하게 됨) 이런 흐름을 탄다. 이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자꾸 이런 상황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래서 허전하다, 상대에게 기대고 싶다, 내 결핍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지금 허전한가? 왜 허전하지?’라고 질문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전문적인 상담이 큰 도움이 된다. 정서적 결핍은 대부분 오래된 경험에서 비롯된다. 이걸 혼자서 바꾸려고 하면 다시 같은 패턴 속으로 돌아가기 쉽다. 전문 상담은 감정을 안전하게 다뤄볼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내가 왜 이런 패턴을 반복하는지 차분히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정서적 결핍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 오히려 함께 해야 해결해야 한다. 누군가와 연결되는 경험, 나를 돌보는 경험, 그리고 안전한 관계 속에서 쌓이는 작은 믿음들이 결핍을 천천히 덜어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