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늘 소리부터 시작되었다. 술병이 탁자를 캉-하고 치는 소리.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 발걸음이 방향을 바꾸는 소리.
집안에서 듣기 싫은 소리가 들리면 몸이 먼저 굳었다. 나는 동생을 등 뒤로 숨기려 했다. 동생의 작은 그림자를 내 작은 등 뒤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더 잘 보였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숨으려고 할수록 눈에 더 띄었다.
손이 날아왔다. 어디를 맞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깨였을 수도, 팔이었을 수도. 맞는 순간보다는 그 다음 순간이 더 기억난다. 숨이 멎고, 눈앞이 하얘지고, 소리가 멀어지며, 귀가 먹먹해지는 시간. 입을 벌려 우는 동생의 모습과 뒤이어 들리는 울음소리. 울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울면 더 맞는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는 아이였다. 동생은 울었고 나도 울었다.
한 차례 맞고 나면 집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해졌다. 요란하게 시작된 매질 후는 침묵이었다. 다른 방으로 가는 발소리, 혹은 그대로 잠드는 숨소리. 그리고 남는 건 너덜너덜해진 우리였다.
부어오른 살.
욱신거리는 몸.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마음.
나는 화장실로 갔다. 문을 잠궜다. 거울 속 보이는 내 얼굴이 낯설었다. 어디까지가 나고 어디부터가 멍인지 경계를 알 수 없었다. 옷을 걷어 올리고 멍을 하나씩 눌러보았다. 손이 떨렸다. 눌러도 아팠고 손을 떼도 아팠다. 울음은 소리가 나지 않게 나왔다. 눈물은 흘러도 입은 꾹 다물고 울었다.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울면 안 돼.
들키면 안 돼.
나는 스스로 계속 말했다.
화장실 불빛 아래에서 나는 아주 작아졌다. 매질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매번 대비했다. 언제 시작될지, 어떤 이유가 붙을지. 아이였지만 몸은 늘 긴장 상태였다. 편히 앉아 있는 법을 몰랐고 웃고 있어도 몸에는 항상 힘이 들어가 있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자게 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나는 어른들에게 부탁하는 방법도 잘 몰랐다. 어른들을 귀찮게 하면 매질이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할머니라면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늘 집에 있었고 모든 걸 보고 있었다. 무섭게 시작되는 소리도, 아우성같은 울음도, 우리가 방으로 쫓겨 들어가는 순간도.
안녕하세요, 작가 이레입니다.
이번 브런치에 연재하는 글은 제가 실제로 겪었던 일입니다.
다소 무거운 주제이고 딥한 내용이라 읽기에 불편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냥,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