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어른

by 이레 Ireh

내가 태어나 처음 본 어른은 엄마랑 아빠다. 용기 있게 외쳐보자면 우리 엄마 아빠는 나쁜 어른이다. 어른은 다 그런 줄 알았다. 소리를 지르고, 때로는 뜬금없이 사라지고, 날 지켜주지 못하면서도 왜인지 모르게 당당한 얼굴을 하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나는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했다. 이 지긋지긋한 어른들로부터 벗어나려면 어른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다.


‘내가 엄마 아빠처럼 나쁜 어른이 되면 어떡하지? 내가 어른이 되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상처받은 우리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한다.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저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면서도, 한편으론 같아질까봐 두려워한다.


그러나 작고 여린 열다섯, 열일곱들은 결국엔 알게 된다. 모든 어른이 같은 어른은 아니라는 걸.

나쁜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좋은 어른이 있었다. 그들은 큰 소리로 훈계하지 않았고 정답을 들이밀지도 않았다. 그저 “괜찮아”라고 말해주거나, 말없이 옆에 앉아 있거나, 한 번 더 기다려주었다.

그들이 우리 인생을 대신 살아주진 않지만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게 얼마나 큰일인지, 우리는 마음으로 알 수 있다.


좋은 어른은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실수도 하고, 모르는 것도 많다. 그러나 그들은 힘으로 무언가를 해결하지 않는다. 우리의 상처를 덮으려 하지 않고 상처 위에 올라타지도 않는다.


우리, 그렇게 생각하자.

나쁜 어른을 만났다고 해서

세상에 좋은 어른이 없는 건 아니라고.

우린 언젠가 모두 어른이 된다.

우리 그때, 나쁜 어른이 되지 말자.

완벽한 어른도 되지 말자.


그냥 우리는 누군가 울고 있을 때

왜 우는지부터 묻는 어른이 되자.

모른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화부터 내지 않는 어른이 되자.


자기 힘을 확인하려고

다른 사람을 작게 만들지 않는 어른이 되자.

어린 시절의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어른이 되자.

나쁜 어른을 만났어도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달라진다.

지금의 우리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래도 그 어른은 괜찮았어.”라고

기억되는 사람이 되자.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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