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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린 Nov 03. 2024

에피소드 13: 밝혀진 비밀 2

박 형사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머릿속에서 다시 되새기고 있었다.

강도 사건, 민아를 괴롭히던 스토커 사건, 그리고 유진의 자살 사건.

각 사건은 별개로 보였지만, 어딘가 어두운 선으로 연결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유진의 자료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이 모든 게 정말 우연일까? 아니면 뭔가 더 큰 음모가 숨어 있는 걸까?’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듯했지만, 사건의 실마리가 쉽게 보이지 않는 답답함에 갇혀 있었다.

박 형사는 이 사건을 더욱 깊이 파고들어야 할지, 아니면 접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직감은 그에게 사건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지만,

그걸 공식적으로 파헤치기에는 위험 요소가 많았다.


유진의 과거와 그녀가 남긴 관계들이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문이 열리고, 하진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박 형사는 하진이 오는 것을 예상했지만,

그가 혼자 이 사건에 그렇게까지 집착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진이 자리에 앉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유진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유진의 죽음이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고,


그와 관련된 단서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은 결연하고 확고했다.

박 형사는 하진의 눈빛에서 단호한 결의를 느꼈다.


“하진, 네가 유진을 아끼던 마음은 알겠어. 하지만 지금 네가 말하는 건 그냥 감정적인 집착일지도 몰라.

이 사건에 그렇게 집착하다가 널 잃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돼.”


하진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정이 섞였다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유진이 남긴 일기와 강도 사건,

그리고 민아가 겪고 있는 스토킹까지... 이 모든 게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연결 고리를 감추려 하고 있죠.”


박 형사는 한숨을 쉬며 잠시 눈을 감았다가 하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네가 유진을 위해 끝까지 가고 싶어 하는 마음, 나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걸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진실을 밝히려는 네가 잘못된 길로 빠질까 봐 걱정이다.”


하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고 박 형사를 응시했다.

“형사님, 저도 압니다. 위험할 수 있다는 걸요.

하지만 유진이 남긴 마지막 흔적들을 지우지 않고 밝히는 건 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진과 제가 맺었던 인연이, 단지 기억에 머물지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박 형사는 하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하진이 발견한 단서들은 사건의 진실이 단순하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강도 사건, 유진의 자살, 그리고 민아의 스토커 사건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 네가 이 사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하진은 단호한 눈빛으로 박 형사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조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박 형사는 하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이 사건을 조사하는 건 좋지만, 혼자서 뛰어들 수는 없다. 내 부하 형사들과 팀을 이뤄서 수사에 임하길 바란다."

하진은 잠시 박 형사의 조건을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형사님. 그 조건을 따르겠습니다.

저도 팀과 함께라면 더 많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박 형사는 하진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 결심을 다진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하진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겠군.

그가 혼자 이 사건에 매달려 무모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눈여겨보는 게 나을 거야.’

박 형사는 하진의 집념과 감정의 깊이를 잘 알고 있었다.


 유진과의 과거와 그가 남긴 비밀을 밝히려는 하진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자칫 그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팀과 함께 움직이며 일을 하게 된 이상,

하진의 무모함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된 셈이었다.


박 형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진이 유진 사건에 얼마나 깊이 관여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사건이 하진의 개인적인 감정과 얼마나 얽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 사건이 그에게 단순한 수사가 아닌 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를 혼자 두지 않는 게 중요해.’

그는 이제 하진을 옆에서 도와주면서도, 그의 감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지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이 사건의 진실이 아무리 어둡더라도, 두 사람이 함께라면 끝까지 밝힐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하진은 손에 쥔 메모지를 바라보며 안도감과 경계심이 뒤섞인 감정에 빠졌다.

메모지에는 유진의 노트북에 중요한 게 있을 거 같은 파일에 접속할 수 있는 ID와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제 자신이 사건에 정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았어. 생각지도 못했던 수사에 합류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지.’

하진은 박 형사의 조건을 수용하며 이번 수사에서의 역할을 되새겼다.


유진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더불어, 수사팀 내에서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주목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스쳤다.


‘내가 단독으로 움직일 때와는 다르겠지. 이제는 팀과 함께하는 만큼 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해.’

하진은 다시 한번 메모지에 적힌 ID와 비밀번호를 확인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팀에 합류한 이상, 팀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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