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은 사건 수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혼자 몰래 수사할 필요가 없어진 장점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박 팀장이 제시한 조건, 즉 팀을 꾸려 함께 활동해야 한다는 점은 그에게 다소 불편한 단점으로 다가왔다. 혼자 행동할 때와 달리 모든 행동이 팀원들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고, 박 팀장도 이를 의도하고 하진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하진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진은 박 팀장이 구성한 수사팀과의 첫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사무실로 향했다. 혼자 움직이던 때와 달리, 이제는 자신의 모든 행동이 팀원들의 시선 아래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를 약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유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팀원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진은 잠시 그들을 둘러보며 각자의 표정과 분위기를 살폈다. 대부분의 팀원들은 그를 신뢰하는 눈빛을 보였지만, 몇몇은 혼자 몰래 수사를 이어가던 하진에 대한 경계심을 가진 듯했다.
“자, 다들 모였으니 사건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박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진은 진지하게 그의 말을 경청하며 수사팀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갈지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박 팀장은 사건과 관련된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하진에게는 유진의 과거 행적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심층 조사를 맡기며, 그가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하진,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부분이니 이 사건의 중심인물들을 조사해 줘. 특히 유진의 마지막 행적과 관련된 정보는 아주 중요하니 놓치지 말아 줘.” 박 팀장은 그에게 기대와 동시에 책임감을 부여했다.
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팀장님. 최선을 다해 조사하겠습니다.” 그는 팀원들과의 협력 속에서 유진의 진실을 하나씩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하진은 팀원들과 협력하며 사건을 조사하는 첫 단계에 돌입했다. 유진의 일기와 과거 자료들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단서를 재구성하며, 유진의 죽음이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는 확신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그는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팀원들의 시선과 박 팀장의 기대 속에서 유진의 마지막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신중하게 움직였다. 팀원들과의 첫걸음이 시작되었고, 하진은 앞으로 다가올 수사 과정에서 어떤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날지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품고 있었다.
하진이 맡은 첫 번째 임무는 유진이 남긴 노트북에 담긴 정보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노트북이 그녀의 마지막 흔적을 추적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그는 직감하고 있었다.
노트북을 켜자, 화면에는 유진이 남긴 여러 파일과 문서들이 보였다. 하진은 유진의 일기와 메모, 작업 파일들을 하나하나 열어보며 그녀가 남긴 흔적을 파악하려 애썼다.
그녀의 노트북 안에는 일반적인 일상 기록 외에도 비밀스럽게 숨겨둔 파일들이 있었다. 파일 이름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는 강도 사건과 관련된 의심스러운 기록들, 주변 인물들에 대한 메모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진은 노트북 속 비밀번호로 보호된 파일을 열자마자 SP 그룹의 자금 흐름과 그 집안의 차남에 대한 정보가 담긴 문서들을 발견했다. 파일을 살펴보며 유진이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복잡한 음모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문서에는 SP 그룹의 자금 흐름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고, 그 자금의 흐름이 불법적인 경로로 사용된 흔적도 보였다. SP 그룹이 비밀리에 어떤 불법적 거래나 자금을 숨기고 있는 듯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SP 그룹 집안의 차남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차남은 겉으로는 평범한 기업인처럼 보였으나, 불법적인 사업에 연루되어 있으며 여러 가지 수상한 행동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유진이 이 정보를 수집하면서 그와 관련된 위험한 비밀을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하진은 문서를 보며 유진이 왜 SP 그룹과 그 집안의 차남을 조사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하진은 이 정보를 팀과 공유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 자료가 얼마나 위험한 정보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박 팀장님, SP 그룹과 그 집안의 차남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발견했습니다.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하진은 박 팀장에게 이 자료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조사를 이어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진은 SP 그룹의 조직도를 살펴보다가 회장의 얼굴을 본 순간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잠시 회장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대체 어디서 봤던 걸까?’
회장의 사진은 공식적인 프로필 사진으로, 냉정하고 권위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러나 하진의 기억 속 어딘가에서 그 얼굴이 자신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적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진은 기억의 단편들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과거 어느 사건을 조사하던 중, 아니면 뉴스에서 잠시 스쳐 지나갔던 얼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SP 그룹 회장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그냥 지나쳤을 얼굴이지만, 지금 유진의 죽음과 관련하여 다시 마주한 이상 그는 이 얼굴을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유진과 이 사람이 연결되어 있는 건가...? 아니면 내가 알지 못했던 과거의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하진은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정보들을 더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진은 회장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예감에 잠시 소름이 돋았다. 유진이 SP 그룹에 대해 조사했던 것도, 그녀가 수집한 자료에 회장이 얽혀 있는 것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느꼈다. 이 얼굴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단순히 익숙한 인상이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과거에 어떤 직접적인 연결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진이 이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 했거나, 혹은 이 사람에게 복수를 꿈꾸었던 걸까...?’ 그는 더 깊이 파헤쳐야 한다는 결심을 굳혔다.
하진은 SP 그룹 회장이 마스크를 쓰고 병원 앞에서 기자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담긴 뉴스 보도 영상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회장은 마치 중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였고, 그가 병원에 드나들며 기자들에게 응하는 장면이 자주 포착되었다.
‘회장이 병에 걸렸다고? 그렇다면 유진이 남긴 자료 속에 있던 SP 그룹 회장의 병력과 관련된 기록들이 이와 연관이 있을지도 몰라.’ 하진은 유진이 왜 회장의 개인적인 정보를 수집했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는 듯했다.
하진은 회장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어딘가 익숙하다는 생각에 순간 멈칫했다. 그는 식당 CCTV에 잡힌 마스크 쓴 남성의 모습을 떠올렸다.
‘설마... 그 남자가 회장이었단 말인가?’ 하진의 머릿속에서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식당 CCTV 속의 남성은 유진과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었다. 그때 그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체격과 행동 방식, 그리고 마스크를 쓴 모습이 회장과 매우 유사했다. 하진은 이 유사점이 단순한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느꼈다.
‘유진이 그날 식당에서 만난 남자가 SP 그룹의 회장이라면,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오갔을 거야.’
하진은 식당 CCTV 속 남성이 회장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박 팀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사건의 핵심이 SP 그룹 회장과 얽혀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