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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량 Apr 20. 2019

그 많은 옷은 다 어디로 갈까?

버버리, 샤넬 등 많은 명품브랜드가 재고품을 모두 태워버리는 이유

이번 글에서는 과잉생산과 과잉소비에 대해서 다뤄보려고 합니다. 패션산업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죠.   생산과정에서 이런저런 환경문제가 발생한다고 했지만, 더 큰 문제는 여기에 있어요.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이 몇 배로 심각해지는 거고, 동시에 많이 버리기 때문에 엄청난 쓰레기가 발생하죠. 그냥 낭비가 아주 심하다는 .


출처: lifestyle.beiruting.com

작년 중순, 버버리는 최근 5년 동안 약 1328억 원에 달하는 재고를 소각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었죠. 재작년 한 해에만 400억 원이 넘는 가격의 재고품을 태웠다고 하고요. 이로 인해 에르메스, 샤넬, 프라다, 카르티에, 몽블랑 등등 많은 명품 브랜드에서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재고를 태운다는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재고품을 싸게 팔거나 기부할 경우 고가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거나 환불에 대한 관세 등 상업적 이유 때문이죠. 매우 낭비적입니다.


명품브랜드 뿐만 아니라 패션산업 전체에서 '낭비'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먼저 생산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너무 많이 생산한 나머지 재고량이 어마어마합니다. Australian Circular Textile Association(아마도 호주순환섬유협회...)에 따르면 생산된 의류의 30퍼센트가 팔리지 않고 매립지로 향하게 된답니다. 매년 약 1300만 톤에 달한다고 하네요. 팔리지 않고 쌓여있는 재고의 가치는 4조 9천억 원이라고 하고요. 이렇게 의류생산량이 소비량을 초월할 정도로 지나치게 많습니다.


하지만 소비량도 만만치 않죠. 패스트패션이 나타나고 트렌드의 빠른 흐름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입-폐기에 이르는 과정 또한 매우 빨라졌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무조건 SPA 브랜드를 탓할 수만은 없겠지만, 싼값에 트렌디한 옷을 제시하는 SPA브랜드 덕분에 소비자들은 그만큼 쉽게 지갑을 열어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작년 2018년 블랙 프라이데이 때 매출은 미국에서만 7조 원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재작년에 비해 약 23%나 증가한 수치죠. 2000년 이후 평균 의류 구매량은 6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그린피스). 사람들이 '새로운 옷'을 지나치게 많이 요구한다는 겁니다.

유니클로 윤리평가 D+이었던 게 기억나는데 저런 매출액이라니 믿을 수 없어.. 경량패딩 산 거 깊이 반성합니다...

 

문제는 쉽게 산 만큼 쉽게 버린다는 거죠.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 SPA브랜드 시장이 확산되면서 의류폐기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옷값이 싸기 때문에 옷에 문제가 생겨도 수선하기보다는 버리는 것을 택하는 거죠. 그리고 산지 얼마 되지 않아도 싫증 나면 금방 버릴 수 있습니다. 싸니까요. 소비는 소비대로 많은데 폐기도 폐기대로 많아요.


그린피스에 따르면, 홍콩에서만 매 1분마다 11만 톤의 의류가 버려진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티셔츠 1400장 정도라고 해요. 굉장하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매일 259톤이 버려집니다. 홍콩만큼 엄청나진 않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7억 벌이 버려집니다. 구제시장도 넘칠 대로 넘치고, 업사이클링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옷들이 매립지로 향하게 된다고 하네요.(한국만 해도 쓰레기 매립지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나네요) 플라스틱 덩어리인 이 의류폐기물들이 쓰레기 매립지로 향한다고 잘 썩을까요? 매립지에 묻힌 옷들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730만 대 자동차가 내뿜는 것과 맞먹을 정도의 유독가스를 뿜어냅니다.(YTN)


문제는 패션산업의 구조가 소비자들의 빠른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빠르게 트렌드를 주도하고, 각종 세일들과 현란한 광고, 그리고 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거죠. 쉽게 지갑을 열었던 손은 옷도 쉽게 버립니다. 결국 이런 말이 나옵니다.

Trendy Now, Trash Tomorrow
오늘의 트렌드, 내일의 쓰레기

패션계의 이러한 문제를 잘 알고 고발하려는 디자이너들이 많습니다.


1

먼저 앞서 과잉생산에 대해 강조했던 베트멍Vetements입니다. 작년 패션위크가 딱 끝날 무렵, 베트멍은 런던의 가장 붐비는 Harrods 백화점 쇼윈도에 버려진 옷들을 산더미 같이 쌓아올렸습니다.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와 함께 베트멍의 CEO를 맡고 있는 구람 바잘리아Guram Gvasalia는 패션산업은 석유산업 다음으로 가장 심각한 오염을 초래하고 있는 산업이라고 강조하면서, 대중에게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로 인한 패션산업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이러한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습니다. "Hello, slow down, people, it's too much!"라고 외치는 거라면서요. 이 전시는 실제 백화점 직원들이 기부한 옷과 백화점의 재고품들을 모두 모아 이루어졌고, 한 달 동안 소비자들이 매장에 들어와서 그들의 옷들 또한 쌓아올릴 수 있었죠. 그리고 전시가 끝나고 이 옷들은 Nation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Children(NSPCC, 런던 소재 아동학대예방기구)으로 기부되었다고 합니다. 베트멍은 2017년에도 뉴욕의 삭스피프스애비뉴(Saks Fifth Ave) 백화점에서 이와 같은 전시를 선보였고, 발달 장애인들로 구성된 의류 재활용 기업 리웨어러블(Rewearable)에 모든 옷을 기부했습니다(삼성디자인넷).


2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도 2017년 스코틀랜드의 매립지에서 촬영한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쉽게 사고 버리는 소비문화를 겨냥한 것이었죠. 아티스트 우르스 피셔Urs Fischer와 사진작가 할리 위어Harley Weir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이었습니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이 캠페인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지 그 태도를 묘사하고 싶었다면서, 우리 과 지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기 문에 끊임없이 낭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 아래 동영상에서 광고 캠페인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Stella McCartney FW17 collection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소비가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를 모두 초래하는 거겠죠. 그만큼 소비자가 바뀌면 변화가 일어날 거라 기대합니다.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먼저, 적게 입는 겁니다. 과소비의 트렌드에 반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프로젝트333이라고 3개월 동안 액세서리, 겉옷, 신발까지 포함해서 33개의 의류/잡화만 입는 겁니다. 여기에 결혼반지, 속옷, 잠옷, 유니폼 등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하고요. 조그마한 옷장 혹은 상자를 준비해서 앞으로의 3개월을 위한 33개의 옷과 액세서리를 골라 담습니다.

아니면 7X7 리믹스, 10X10 챌린지처럼 7일 동안 7개의 아이템을 돌려입거나 열흘 동안 10개의 아이템만 돌려입는 방식도 있고, 30일 동안 새로운 옷을 사지 않고 옷장 안에 있는 옷만 입는 캠페인도 있습니다. 어려운 것 아닌데, 동참해보시렵니까? 저는 잠깐 해외에 오느라 비행기 수하물 규정 덕에 수중에 있는 옷 자체가 별로 없어서 본의 아니게 참여 중^_^


작년 Buy Nothing Day 포스터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아예 안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들어보셨죠. 전 세계를 광적인 소비로 몰아붙이는 날입니다. 그린피스의 보고에 따르면, 중국에서 열린 광군제에서 단 하루 만에 30조 700억 원의 매출이 기록되었다고 해요. 이런 '미친' 소비에 대한 대안으로 'Buy Nothing Day'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매년 11월 넷째 주 금요일! 올해는 11월 29일이에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해결책입니다. 올해에는 블랙 프라이데이 대신    참여해보는 게 어떨까요?


또, 지금 가지고 있는 옷을 오래오래 입는 방법도 있죠. 그래서 여러 사이트에서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GoodOnYou에서 올라온 몇 가지 방법들을  을게요.

1
적게 빨기. 옷은 자주 빨수록 상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특히 청바지 같은 경우는 통풍만 잘 시켜주면 괜찮다고 해요. 조그만 얼룩들은 물이 닿기 전에 부분적으로 세제 등을 이용해 제거하고요. 이건 제가 어디서 봤던 팁인데, 선크림 같은 화장품 얼룩에는 클렌징 폼으로, 음식물은 퐁퐁으로, 그 외엔 세제 등을 이용하는 게 좋다더라구요.

2
케어라벨을 숙지합니다. 항상 옷 안 왼쪽 사이드라인 봉제선에 붙어있는 작은 종이 하나 있죠. 보통 드라이클리닝을 권하긴 하지만, 종종 회전식 건조기는 사용하지 말라던가, 염소표백은 사용하지 말라(염소표백은 환경에도 무지 안 좋다고 합니다) 등의 정보도 함께 있으니 한 번쯤 눈여겨 확인해봅시다.

3
찬물로 세탁하거나 친환경 세탁을 선택해주세요! 너무 센 강도로 세탁하면 옷이 상합니다.

4
흰 옷은 햇살에, 색깔 있는 옷은 그늘에 말려주세요. 햇빛이 색을 바래게 만든답니다.

5
옷에 따라 다르게 보관하세요. 니트는 접어서 보관하고, 셔츠는 걸어서 보관하는 거죠. 그리고 나무 옷걸이가 옷 수명에 더 좋대요!

6
신경써서 다림질해 옷을 정갈하게 입고 보관하세요. 옷에 대한 애착도도 높아지지 않을까요? 다림질할 때 온도를 너무 높이지 않도록 주의하시구요!


당연한 얘기인 것 같기도 한데, 생각보다 일상생활에서 잘 실천하지 않았던 것들도 많은 것 같아요. 혹시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다른 방법도 있다면 한번 소개해주세요!


그린피스의 Detox My Fashion 페이지에서는 "패션산업이 트렌드를 이끌 만큼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 더 나은 환경을 위한 긍정적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힘 또한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말 공감이 되는 말이라서 당장 가져왔습니다. 패션은 변화의 중심에 있고 의류는 물론이고 라이프 스타일까지, 삶의 전적인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산업이죠. 이러한 힘을 가지고 있는 션이 환경과 인간을 위한 진정한 '트렌드 주동자'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이게 바로 패션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자 가장 큰 매력이죠.


하지만 기업만 행동하길 바랄 수는 없겠죠. 어디까지나 기업이 대량생산을 기획하게 되는 이유에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니까요. 알아요... 저도 옷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SALE' 글자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걸요. 사도 또 사고 싶은 게 옷이구요.. 그렇지만 우리, 사태가 정말 심각하다는 걸 인지하고 우리 스스로 과소비를 지양하기 위해 힘써봅시다. 이 옷을 처음 샀을 때의 그 설렘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면서, 오래 입어보자구요!


Buy Less, Choose Well, Make It Last.
(적게 사고, 잘 골라서, 오래 입자)
- 비비안 웨스트우드




참고

Beth Noble, "Fashion: The Thirsty Industry-Thread Harvest" GoodOnYou.

Courtney Carver, "7 Perks of a Minimalist Wardrobe" Bemorewithless.

Kirsten Brodde, "Trendy Now, Trash Tomorrow" HuffPost. 2017.12.6

Kirsten Brodde, "11월 넷째 주 금요일은 블랙 프라이데이 대신 '바이 낫싱 데이'!" 그린피스.

"Why Stella McCartney's latest campaign was shot in a Scottish Landfill" Bazaar. 2017.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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