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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량 Apr 17. 2019

옷은 어떻게 올까

지난 글에서 패션산업에서 자행되는 노동착취에 대해서 다뤄보았습니다. 이번에도 패션의 생산-유통-소비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려고 하는데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환경오염입니다. 패션산업의 환경 문제는 할 말이 정말 많아서 이번 글 하나로 마무리지을 수가 없. 이번에는 생산과정에서 나타나는 환경문제를 이야기해볼 거구요, 다음 글에서는 유통과 소비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다루고, 세 째 글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환경문제에 대해 노력하는 모습을 다루려고 합니다.


먼저 옷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옷은 커다란 직사각형의 천을 자르고 붙여서 만듭니다.

재단하고 봉제한다고 말하면 더 정확하겠죠.

그리고 그 천은 실로 만들고,

실은 가는 섬유 몇 가닥을 꼬아서 만듭니다.

섬유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섬유는 크게 천연섬유와 인조섬유로 니다.


      . 우리가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천연섬유는 면 섬유죠. 그 외에도   리넨,      모섬유,   비단(silk)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인조섬유는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섬유.

인조섬유는 재생섬유와 합성섬유로 나뉩니다.

재생섬유는 목재, 펄프나 단백질, 천연고무와 같이 섬유의 형태가 아닌 것들을 녹여서 만드는 섬유. , ,   .

합성섬유는 석유나 석탄을 이용해 섬유를 형성할 수 있는 분자형태를 화학적으로 합성한 섬유입니다. 흔히 나일론, 폴리에스터가 여기에 속하죠.


이 섬유들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합니다.


천연섬유

먼저 천연섬유부터 시작해볼까요. 아까 언급했던 가장 흔한 면섬유입니다. 면섬유를 뽑아내기 위해선 면화를 생산해야 하죠. 전세계에서 면화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농경지는 전체 농경지의 2.4퍼센트라고 합니다. 지구에 그렇게 큰 영향력을 끼칠 만한 비중은 아니네요. 하지만 살충제 사용비율은 전체의 24퍼센트, 농약 사용비율은 전체의 11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경지를 초월해 사용된 화학제품이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구요.


 

    ,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아랄 해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였지만 면화재배가 시작된 이래 60% 이상의 물이 사라졌습니다. 면 재배     . 1kg의 면을 재배하기 위해서 평균적으로 약 2만 2천리터의 물이 사용.(Water Footprint Network)


물발자국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물발자국은 제품의 원료부터 제조, 유통, 사용과 폐기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뜻하는 말입니다(환경부). 실제로 물이 포함된 제품이 아니더라도 제품이 우리 앞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물이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는 지표죠. 티셔츠 단 한 장의 물발자국은 약 2,700리터라고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정도 양은 우리가 보통 3년동안 마시는 물이래요(fashionRevolution). 어마어마하죠. 특히  청바지는 단 한 벌을 생산하는 데 4인 가족이 약 6일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의 물(7,000L)이 필요하다고 해요.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패션레볼루션입니다. 여러분 팔로우하세요!


재생섬유

다음은 재생섬유입니다. 수많은 나무가 옷을 만들기 위해 베어지고 있다는 것, 아셨나요?      . 1억 5천만 그루의 나무가 매년 을 생산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셔츠, 바지 등 재생섬유로 만들어진 옷들은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숲과 캐나다의 보리얼Boreal숲, 많은 온대우림들이 다음 시즌의 패션제품을 위해 베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제대로된 생명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온전히 남아있는 숲들은 2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고 하고요. (Canopy)

Forest Map by Canopy; 대부분의 숲들이 옅은 파란색을 띠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우거진 숲이 아니란 소리죠.


합성섬유

합성섬유는 제조하는 과정에서 많은 물과 에너지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염색과정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이 많이 사용됩니다. 우선, 합성섬유는 석유가 주원료죠. 매년 폴리에스터를 제조하기 위해서 111억 리터의 석유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다른 합성섬유를 제외하고 오직 폴리에스터만 고려했을 때에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거죠. 또 합성섬유를 제조할 때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냉각처리를 하는데, 이 때도 많은 양의 물이 사용됩니다. 뿐만 아니라 나일론은 제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있구요.


           . 그만큼 배출되는 폐수량도 많습니다. 세계 수질 오염의 20%가 섬유를 염색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답니다. 섬유공장들은 매년 약 380만 리터 정도 되는 폐수를 방류한다고 하구요. 또 UN기후변화협약에 따르면 세계 패션산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12억 톤에 이른다고 합니다(비비안 김). 패션산업의 환경오염은 정말 심각합니다 여러분.

출처: apparelresources.com
다큐멘터리 River Blue의 한 장면. 염색약이 그대로 바다에 방류된 모습.



이러면 우리 아무 옷도 못 입겠죠.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으니 아예 소비하지 말라고 하기에는 섬유제품은 옷 뿐만 아니라 침대, 가구 등 우리 삶의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잖아요. 다만, 알고는 계셨으면 하는 거죠. 최소한 무분별한 소비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지속가능을 고민하고 실천     ,    .   ,          . 스텔라 맥카트니는 정말 윤리적으로 깨어있는 브랜드예요...(개인적 찬양) 이게 바로 진정한 명품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비싸고 이쁘고 이런걸 떠나서요.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럭셔리 브랜드에서 이렇게 가치를 전달하는 모습이 참 모범적이에요. 이런 럭셔리 브랜드를 위해서 런웨이가 존재하는 거죠! 가치를 전달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하면서요.  ,           !

국제유기농섬유규격GOTS

먼저 소비자가 가장 확인하기 쉬운 인증마크를 소개하겠습니다. 국제유기농섬유규격(Globlal Organic Textile Standard; GOTS)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잠깐 소개해드렸죠. 유기농 섬유가 최소 70퍼센트 이상 포함한 제품만 이 마크를 받을 수 있다고 해요. 인증 과정이 정말 깐깐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염색과 같은 모든 화학처리 과정에서 독성과 생분해성 기준을 통과해야 하며, 염소 , 폐수처리, 포장재질부터 근로자의 근무환경까지도 체크한다고 하네요. 유기농이라고 해서 인체에 무해한 점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해당제품이 공급과정에서 얼마나 환경적으로 건전한지를 검사하는 것에 더 가까운 거 같요.


환경손익계산서 공개

우선, 구찌와 스켈라 맥카트니가 속한 케링그룹은 환경손익계산서(Environmental Profit & Loss; EP&L)를 매우 자세히 발표. 

2017년 케링그룹의 환경손익계산서 중 일부

위의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원자재 생산과정에서부터 유통과정, 그리고 소매점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 전체에서 나타나는 물 소비량, 수질오염 정도, 대기오염 물질 배출 등의 환경오염 정도에 대해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저 사실을 나타내는 표이지만 이렇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판을 수용하면서 한발짝 내딛는 거겠죠.


Clean to Design

또 스텔라 맥카트니는 꽤 오래전부터 동물의 모피나 가죽 사용을 중단한 것부터 시작해서(패션에서 아주 중요한 소재인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남을 거나며 많은 비판을 받았죠 하지만 결과는 그녀의 승리!) Clean by Design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아주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Clean by design은 천연자원보호협의회(Natural Resource Defense Council)의 Linda Greer가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패션기업들이 단계적으로 환경친화적 생산공정을 밟아가도록 돕는 시스템입니다. 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친환경적 생산매뉴얼을 작성하고 기업이 참여하도록 권고했죠.

재배과정에서 유해 화학물질을 배제하고 물 사용을 줄인 면화; 스텔라 맥카트니


Cradle to Credle

Clean to Design과 함께 Cradle to Cradle Products Innovation Institute라는 비영리기구에서 진행하는 친환경 프로젝트에도 참여합니니다. Cradle to Cradle은 요람에서 요람까지라는 뜻으로, 제품을 쓰고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게 만들자는 개념입니다. 위에서 제시한 Cradle to Cradle 인증마크는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 '확실한' 노력을 보이는 기업에게만 제공하고 있다고 하구요. https://www.c2ccertified.org/


REDD+

산림전용 및 황페화방지(REDD+: 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에도 참여하며 생산-유통과정에서 탄소배출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놀랐던 건 영국의 스텔라 맥카트니 매장은 전부 풍력에너지로 가동되고, 해외 매장도 45%가 재생에너지로 운영된다고 하더군요(강상훈).  


산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산하는 비스코스 섬유; 스텔라 맥카트니


지속가능 의류연합SAC

그리고 지속가능 의류연합(Sustainable Apparel Coalition; SAC)에도 가입되어 있습니다. SAC는 환경친화적이고 사회적인 공급을 위해 의류 및 신발 브랜드, 제조업체, 비영리단체와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한 기관입니다. SAC은 생산부터 폐기과정까지 의류제품의 친환경성을 점수화한 '히그 지수Higg Index'를 제공합니다. 사진 아래 링크에서 지속가능 의류연합에 참여한 브랜드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캐노피Canopy

이 외에도 캐나다의 환경단체 캐노피Canopy에서는 전세계의 산림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가지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 캐노피와 파트너쉽을 맺은 브랜드를 아래 링크에서 공개합니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당연히 이미 명단에 있) 캐노피와 파트너쉽을 맺은 기업들에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해 공급 과정을 개선하기로 약속한 브랜드부터 더 나은 환경을 위해 각종 캠페인을 함께 벌이는 잡지나 언론기관들도 속해있습니다.   ' ' 브랜드는 H&M으로, 앞으로 캐노피와 함께하며 숲을 헤치는 섬유사용을 중단하고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합성섬유 대신 재활용섬유와 같은 지속가능한 대체섬유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https://canopyplanet.org/partners/


굿온유GoodOnYou

지난 글에서 소개드렸던 굿온유Good on you라는 사이트에서도 브랜드의 생산과정에서 나타나는 환경오염의 정도를 평가한 지표를 제공합니다.

스텔라 맥카트니에 대한 환경 점수입니다. 지속가능 의류연합의 멤버로서 환경친화적 재료를 사용하고, 물 사용량과 폐기물을 줄이고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등의 노력,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 등이 인정되어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폴리에스터나 나일론과 같은 합성섬유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점을 받진 못했네요.


이어서 SPA브랜드도 하나 같이 비교해보면 좋을 거 같아서 가져와봅니다! H&M의 환경 문제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에요.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유해 화학물질을 제거하거나 재활용 의류를 수거하는 등의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부분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고요. 그리고 노동문제와 동물권 문제에 대한 평가와 합해서 H&M은 'It's a start'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5단계의 점수 중 3단계예요.


하지만 안타까운 건 여기에 국내브랜드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죠.. 유니클로는 있는데 에잇세컨즈가 없어요. 여기에 브랜드 평가를 요청할 수 있으니 이런저런 국내브랜드를 한번 요청해볼까요? 5천만 국민의 힘을 보여줍시다. 점점 의식 있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윤리적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로도 자리잡았으니 국내브랜드도 된통 까발려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패션산업의 '생산과정'에서 나타나는 환경오염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에 대한 기업, 브랜드들의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는지 확인해보았죠. 종류가 참 많더라고요.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구와 기관, 각종 사이트들이 이렇게 많은데, 이 거대한 패션산업 전체에 제동을 걸기엔 아직 부족한 거겠죠. 10가지 패션브랜드 이름을 기억하는 것보다 다섯 가지 환경단체나 프로젝트 이름을 기억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최대한 여러 가지 단체와 프로젝트들을 줄줄 읊어보려고 노력해보았습니다... 패션 브랜드보다 환경을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더 유명해질 때 비로소 변화를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 글에서는 유통, 소비과정의 문제점을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그만큼 소비자가 참여하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패션의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해 함께 고민해봅시다 ^_^




참고

강상훈,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기업, 스텔라 매카트니" 소비자평가신문. 2018.3.28

비비안 김, "모두의 착한 옷장을 위한 아이디어, Fashion for Good" 디자인 프레스. 2019.2.7

Beth Noble, "Fashion: The Thirsty Industry - Thread Harvest" GoodOnYou

Charlie Ross, "What Synthetic Materials Are Doing To Our Environment" The Swatch Book. 2017.4.11

Madeleine Hill, "Fashion's Footprint In Our Forests" GoodOnYou

그 외는 모두 해당 사이트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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