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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량 Aug 05. 2021

바르는 비건

육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완전한 비건이 되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회사를 다니며 바깥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상황에서는 특히나 까다롭더라구요. 그렇다고 완전히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챙기는 게 훨씬 나은 선택지니까, 꾸준히 신경쓰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source - https://press.kookmi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3153


위 표는 채식의 단계를 나타낸 건데요, 보통은 자신이 지향하거나 실천하는 채식을 정의하기 위한 개념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회사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이것저것 가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짬이 없음) 어떤 단계를 무조건 정해놓고 지향하기는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위 단계를 참고해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선택지 중에 비건이 가능하다면 비건으로, 락토나 오보가 가능하다면 그걸로, 만약 죄다 고기뿐인데 닭고기가 있다고 하면 닭고기를 선택하는 걸로요. 아래 글에서도 제시했었는데, 육식 중에서 가장 탄소배출량이 높은 고기는 소고기, 그 다음은 돼지고기, 그 다음이 가금류입니다. 이 데이터를 고려하면 위 채식의 단계가 참고할 만한 자료가 맞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최대한 비건에 가까운 식사를 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습니다. 만두, 라면, 짜장소스 등등 가공식품 중에는 비건으로 나온 제품이 꽤 돼서 자주 시켜먹고 있고, 샐러드도 챙겨먹구요. 그리고 '채식한끼'라는 어플에서 근처에서 채식할 수 있는 식당을 알려줘서 아주 애용하고 있습니다. 논비건 친구들과 가기에 좋은 비건옵션 식당도 많이 찾을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요즘은 순남X래기 씨앗된장시래기밥에 푹 빠져 있습니다. 반찬으로 나오는 잡채와 도토리묵, 콩나물 무침까지 너무 든든해요. 아무튼, 저의 요즘 채식 근황은 이렇습니다.




오늘은 다른 비건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먹는 비건을 신경 쓰다 보니, 다른 비건에도 관심이 가더라구요. 우선 바르는 비건, 화장품부터 시작합시다!


바르는 비건에는 두 가지 맥락이 있습니다.

Cruelty Free

Vegan(비건)


Cruelty-free는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제작한 제품이고, 비건은 식물성 성분으로만 이뤄진 제품을 뜻합니다. 보통 비건은 보통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한국비건인증원을 참고하면, 비건 제품은 생산시설에서 동물성 성분이 들어간 제품으로 인한 교차오염도 허용하지 않더라구요.


저는 화장품에도 비건 화장품이 따로 있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어요. 화장품에 대체 뭐가 들어가길래 웬 동물성 성분이 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화장품에 들어가는 동물성 성분을 찾아보았습니다.


지방 및 기름

라놀린: 양털에서 추출한 기름

글리세린, 올레산: 동물성 지방에서 추출

라드: 돼지 복부지방 → 쉐이빙 크림, 비누

아라키도닉산: 동물의 지방에서 발견되는 불포화지방산 → 피부 컨디셔닝제

콜레스테로: 동물성 지방과 오일

세틸 알코올: 향유고래나 돌고래의 지방 알코올 → 유화안정제, 향료, 불투명화제, 계면활성제-유화제, 계면활성제-거품형성제

에뮤오일: 타조나 거위에서 얻는 오일

지방산 → 거품목욕제, 립스틱, 비누, 세제, 화장품

어유/수산유지: 어류와 해양 포유동물에게서 추출 → 비누 등

당나귀유, 마유, 달팽이 점액, 오소리 오일, 곰 오일 등


장기

스쿠알렌: 상어 간유에서 추출 → 립밤이나 보습제

스테아르산: 동물의 위에서 추출 → 탈취제, 비누

앰버그리스: 향유고래의 장내 배출 물질 → 향료

캐스터, 카스토레움: 비버향낭을 절단하여 채취 → 향료

시베: 사향고양이의 생식기 근처에서 분비 → 향료

사향: 사향노루, 비버, 사향쥐, 사향고양이, 수달의 생식기에서 채취 → 향료


피부, 뼈, 근육, 신경 조직

Aliphatic Alcohol: 양의 피지선에서 분비된 지방 유사 물질 → 유화안정제, 모발 컨디셔닝제, 피부유연화제, 계면활성제-유화제 등

키토산: 갑각류의 껍질

Alpha-Hydroxy Acids: 동물의 근육조직 또는 우유나 박테리아에서 추출 → 각질제거

콜라겐: 동물의 연골조직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 컨디셔닝제

젤라틴: 동물의 가죽, 힘줄, 연골에서 얻는 단백질 → 샴푸, 마스크

케라틴: 머리카락, 깃털, 뿔 등을 형성하는 단백질

락틱애씨드: 동물성 성분의 경우, 혈액과 근육조직에서 채취

구아닌: 어류의 비늘에서 채취 → 샴푸, 매니큐어, 화장품

레시틴: 신경조직의 구성요소 → 아이크림, 립스틱, 핸드크림, 로션, 비누, 샴푸


우유

바이오틴, 비타민H, 비타민B 팩터: 우유 효모에서 추출 → 모발 및 피부 컨디셔닝제

카프릴산: 젖소나 염소의 우유에서 발견한 액체지방산

카세인, 카제네이트, 카제인 나트륨: 우유 단백질 → 미용 마스크


혈액, 소변

동물의 혈액 → 피부보호제, 피부 컨디셔닝제

에스트로겐, 에스트라디올: 임신한 암말의 소변에서 채취 → 크림, 향수, 로션


기타

알라닌, 아미노산: 고기, 달걀, 유제품에서 추출 → 향료, 모발 및 피부 컨디셔닝 제품

알부민: 달걀 흰자에서 추출 → 피막형성제, 모발 및 피부 컨디셔닝 제품

비즈왁스: 벌집에서 얻은 왁스 → 결합제, 유화안정제, 제모제, 향료, 피부컨디셔닝제, 계면활성제-유화제, 점증제-비수용성

카민, 코치닐, 카르미닉산: 연지벌레에서 추출된 붉은 색소(ikg를 생산하기 위해 7만 마리를 죽여야 함) → 색조화장품(착색제)

시스테인, L형: 동물에서 추출한 아미노산 → 산화방지제, 향료, 컨디셔닝제 등

글리세린, 글리세롤, 글리세리드 등: 당알코올 → 비누, 치약, 면도 크림, 스킨케어 및 헤어케어 제품 등

엘라스틴: 소에서 얻는 단백질 성분

히알루론산: 닭벼슬 또는 소의 안구로부터 추출

핵산: 살아있는 세포의 핵 → 샴푸, 컨디셔너


화장품에는 각종 기름과 지방, 단백질, 우유, 피부 및 껍데기, 뼈와 연골, 근육조직, 신경조직, 생식기, 심지어는 피와 소변까지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정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더라구요. 남아나질 않겠습니다. 가볍게 바르는 선크림, 수분크림, 로션, 립밤에 온갖 동물에서 채취한 재료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전혀 그럴 리 없다고 철석같이 믿었다기보다는, 이 화장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예 궁금해하지 않았기 때문에요.


*위 성분들은 아래 사이트에서 참고해서 정리했습니다.




축산업이 미치는 환경적 영향에 대해 문제의식이 강해지고 있죠. 그래서 비건에 관심 가지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이런 변화에 힘입어 비건 화장품 브랜드나 제품도 점점 많아지는 듯해요. 지나가다 언뜻언뜻 눈에 띄더라구요.


전 화장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어서 화장품은 기초케어 제품만 구매하는데, 비건 제품은 토너만 사용해봤어요. 선크림이나 로션도 비건 제품으로 바꿔야지 고려하고 있지만, 엄마가 잔뜩 사놓으신 게 있어서 그거 먼저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제가 구매한 제품은 '멜릭서'라는 비건 화장품 브랜드의 '비건 밸런싱 토너'라는 제품입니다. 무난하게 사용 중입니다. 벌써 두 번째 사용 중이에요.


이 브랜드를 소개드리고 싶은 이유는, 공병 수거 캠페인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화장품은 성분도 성분이지만, 플라스틱도 잔뜩 나오는 분야잖아요. 유리병을 사용한 제품이어도 꼭 플라스틱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유리병은 생산과정에서 플라스틱병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배출량이 2배 이상 많다고 해요(Michael). 재활용이 꼭 필요한 거죠.


멜릭서는 테라사이클이라는 글로벌 재활용 컨설팅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소비자가 사용하고 남은 공병을 수거하고 있습니다. 수거된 공병은 테라사이클에서 분쇄, 세척 등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자원으로 사용된다고 해요. 비건 제품과 함께 재활용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 자주 홈페이지를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비건 이야기에 토끼를 잡다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네요. 일석이조도 새를 잡는 건데... 새삼 육식의 문화가 언어에도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을 실감합니다.)


채식은 아무래도 단호하게 시작하기 어렵죠. 저처럼 유연하게 채식을 시작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비건 화장품을 함께 챙겨보는 것도 뿌듯하실 겁니다.




표지사진: Photo Illustration by The New York Times; Getty Images (cosmetics)

Michael Shellenberger,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부키,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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