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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량 Aug 05. 2019

녹색 거짓말; 그린워싱

'친환경', '환경보호'를 신경쓰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착한 소비'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그에 따라 녹색으로 채운 기업들의 광고 또한 자주 보입니다. '유기농', '친환경' 등을 내세우며 너도나도 환경보호를 위해 애쓴 제품이라고 떠들고 있. 하지만 과연, 사실일까요?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Green', 말그대로 초록색, 자연을 상징하는 색과 White washing, 눈 가리기, 혹은 겉치레라는 뜻의 단어를 합성한 말입니다. 기업이나 많은 단체들이 '친환경'을 내세워 홍보하지만 각종 친환경적 이미지와 문구들로 소비자를 매도하고 있을 뿐, 그 모든 노력은 광고에 불과할 뿐, 실상은 환경오염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하는 캐나다 회사 Terrachoice는 10년 전 '그린워싱의 7가지 죄'라는 제목으로 그린워싱의 구체적 유형에 대해 발표합니다.

1. Sin of the Hidden tradeoff(숨겨진 이율배반): '친환경'이라고 해도 생산과정에서 환경파괴적일 수밖에 없는 것. 종이는 아무리 친환경적인 과정으로 생산하려 해도 재료생산을 위한 벌목과 각종 처리과정에서 사용하는 물, 에너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질/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환경파괴적인 과정이 수반하는 제품이다. 재생종이라고 해도 종이를 표백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음.


2. Sin of No proof(증거 없음): 충분한 정보 혹은 제3자의 인증과정이 없음에도 친환경적이라 주장하는 것. 친환경 주방세제나 친환경 휴지 등, 친환경적인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제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3. Sin of Vagueness(모호성): 제대로 정의되지 않거나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Non-toxic'이나 'All-natural'과 같은 단어가 이에 해당한다. 'non-toxic'이라는 단어가 친환경과 직결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비소나 우라늄, 수은도 자연적으로 발생한 성분이기 때문에 'All-natural'이라는 단어는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님.


4. Sin of Irrelevance(부적절): 기업의 친환경적 노력이라고 말할 수 없는 정보. 'CFC-Free'가 대표적이다. CFC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성분으로 이미 법적으로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미 CFC 제품은 시중에 판매되지 않음에도 'CFC-free'라는 단어로 친환경적 이미지를 위장하는 것이다. 인증마크와 비슷한 이미지를 부착하여 환경성 인증을 받은 것처럼 위장하는 것 또한 이에 해당한다.


5. Sin of Lesser of two evils: 두 가지 악 중 덜 나쁜 것이라는 뜻으로, 환경파괴적인 제품에 '친환경' 마크를 더하는 것. 유기농 담배나 친환경 살충제와 같은 제품.


6. Sin of Fibbing(거짓말): 제품의 성분, 에너지 등급, 자동차 연비 등 제품에 대한 정보를 임의로 조작하는 것.


7. Sin of worshiping false labels(잘못된 인증마크에 대한 맹신): 인증마크와 비슷한 이미지를 부착하여 환경성 인증을 받은 것처럼 위장하는 것.




그린워싱, 패션계에서는 얼마나 심각할까요?

2012년 파키스탄 카라치Karachi의 의류 제조 공장 알리 엔터프라이즈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260명이 죽고, 겨우 35명만 살아남았죠. 그런데 공장은 화재 발생 몇 주 전에 민간감사업체로부터 감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인증서 교부처인 '국제사회책임(Social Accountability International, SAI)'은 이 공장에 SA8000, 즉 국제안전기준, 노동보호, 건강보호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인증을 교부했습니다(카트린, 157). 하지만 그 공장의 비상구는 열리지 않았고, 창살이 달린 창문에 노동자들 화재 속에서 꼼짝도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2013년에는 방글라데시에서 라나플라자 참사가 일어납니다. 라나플라자라는 의류 제조 공장이 무너져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고, 2500여 명이 다친 끔찍한 사고였습니다. 해당 건물은 부실공사와 불법설치 문제가 있었고 붕 전 벽에 금이 가는 등 전조현상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끔찍한 사고로 이어진 인재였습니다. 특히 이 참사로 의류 조 노동자들의 터무니 없는 시급과 아주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합니다. 라나플라자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시급 260원을 받고 일했다고 하고요. 이 공장에 의류를 납품 받는 브랜드는 H&M, 망고, 베네통, 타미힐피거 등의 유명 브랜드도 있었죠.


하지만 이 브랜드들은 사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바로 2003년 유럽무역협회 FTA가 만든 윤리경영원칙,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계획(Business Social Compliance Initiative, BSCI) 덕분입니다. 회원사가 1900개에 달하며 이들을 위한 행동강령을 개발하고, 사회적 감사도 진행합니다. 하지만 이 사회적 감사는 예고된 날짜에 이루어지거나 홍보용 공장 정도만 둘러보고 끝나고, 공장 노동자들의 인터뷰도 사장과 함께 진행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계획'이라는 선하고 착한 말 아래, 천 명이 넘 죽은 사고와 관련된 기업은 책임회피에 성공한 것입니다. (156)


또 해당 브랜드들은 방글라데시 화재 건물 안전 협정(Accord on Fire and Building Safety in Bangladesh)을 맺고 공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문제를 개선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 4월까지 미국 섬유산업이 만든 연합체가 실행한 조사에 따르면 3425개 공장 중 8곳만 안전 등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뉴욕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해당 섬유연맹은 방글라데시의 섬유공장 중 27% 정도에만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상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거의 300만 명의 노동자들이 아직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하네요. (153)


또 라나플라자 사건 이후 독일에서 '지속가능한 섬유연합'이 발족했습니다. 처음엔 그린피스, 아디다스, H&M, 푸마, 독일상거래연합, 섬유연합 등 60여개의 단체가 참여했고 65쪽의 행동강령을 마련했다고 해요. 공급과정 전반에 걸쳐 최저 생활 임금을 보장하고, 아동노동 및 강제노동 철폐, 단체교섭권 보장, 성차별 철폐, 유독화학물질 제거 등의 내용이 포함된 강령이었습니다. 하지만 연맹설립을 발표하기 직전, 대부분의 기업들이 비참여 의사를 밝힙니다. 행동 강령이 비현실적이고 비성숙하다면서요. 그 결과 행동강령은 12쪽으로 줄어들었고, 일정 계획도, 가입기준도, 구속력도 없었습니다. 기업들이 제출하는 로드맵은 언제까지 어떤 사회적 및 환경적 발전을 이룰 것인지 거창한 목표만 적을 뿐이었고요. 그렇게 발족한 '지속가능한 섬유연합' 아래 기업들은 지금까지 자행해온 잔인한 일들을 합법적으로 해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150)




저는 지난 글에서 '굿온유Good on you'라는 패션 브랜드의 윤리성을 평가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굿온유에서 브랜드의 윤리성을 평가하는 데 참고하는 자료에는 위에서 언급했던 '국제사회책임(SAI)'과 기업의 사회적책임(BSCI)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선량해보이는 인증마크를 받고 긍정적인 감사결과가 발표되어도 무엇 하나 믿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글은 표지에 보여드린 책, 카트린 하르트만의 <위장환경주의>를 바탕으로 적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지속가능'이라는 말이 얼마나 겉만 번지르르한 말이 될 수 있는지 알았습니다. 그 많은 사례들을 읽어나가며 저 자신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 뭘 믿어야 하나 싶고.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친환경', '공정무역'을 상징하는 각종 인증들, 지속가능 운운하는 단체 회원등등의 이름값에 속아 나 스스로 착하고 윤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는 것. 우리가 살면서 해나가는 모든 삶의 방식이 지구를 부수고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의 뼈와 살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저는 패션과 관련된 이야기만 적었지만 책에는 식품, 석유 등 우리 생활 도처에 깔려있는 불편한 진실도 많이 등장합니다. 이제 는 초콜릿 하나 마음 편히 먹지 못야 해요. 책을 읽으면서 정말 참담했습니다. 기업의 힘은 너무나 막강하고 심지어 정부와 결탁한 상태에서 한 사람이 외쳐봤자 세상을 얼마나 바꿀까, 너무나 무력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단체와 연대는 아주 많고 우리의 작은 외침이더라도 그에 힘을 더할 수 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차근차근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한 사람 몫은 해보아요!


모두가 알고 있듯 진실은 매우 간단하다. 옷과 플라스틱을 적게 생산하고, 적게 소비하고, 덜 버리면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현상과 섬유 산업이 생태계와 사회적 불평등에 미치는 폐해를 멈출 수 있다. 아니, 적어도 아주 많이 줄일 수는 있다.
- 카트린 하르트만




카트린 하르트만, 『위장환경주의』, 에코리브르,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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