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가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옷을 잘 입고 세련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그런 영상이 정말 많더라고요.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인의 패션에 대해 인터뷰하는 영상이요. 예전에도 여러번 그런 영상들을 지나쳤고, 이번에 글 쓰려고 '외국인이 생각하는 한국패션'이라고 검색해봤는데 여러 영상이 쭈루룩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한국인의 패션에 감탄하는 외국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너무 당연하죠. 한국 사람들은 패션에 관심이 정말 많거든요. 남녀 가릴 것 없이 우리는 옷 입은 모습을 보고 서로를 판단하잖아요. 그렇게 우리는 목을 매죠. 간지나게 차려입고, 옷 잘 입는다 소리를 정말 듣기 좋아합니다.
물론 패션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줄 안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 능력입니다. 적절한 패션은 긍정적인 첫인상을 자아낼 뿐만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알맞는 동시에 자신을 돋보일 수 있다는 거니까요.
하지만 우리, 잠깐 돌아봅시다. 패션은 정말 매력적이고, 소비는 중독적이잖아요. 옷장 속 많은 옷은 쳐박혀있을 뿐, 우리는 항상 새로운 옷을 찾아나섭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새 옷을 사들이다가 오랜만에 옷장을 정리하거나 이사할 때면 버릴 옷들이 한 박스 두 박스 넘쳐납니다. 사놓고 한번도 안 입은 옷도 있을 거예요.
과소비라고 하죠. 필요한 만큼 사는 것이 아니라 넘쳐나게, 지나치게, 과하게 사는 것.
저는 여러 글에서 패션산업이 양산해오는 각종 환경문제들을 말씀드렸습니다. 석유산업 다음으로 가장 환경오염이 심각한 산업군이죠. 지구가 인간이 살 수 있는 상태로 얼마나 더 보존될 지 우린 예상할 수 없습니다. 지금 전세계가 기후변화에 주목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오늘 신나게 의류매장으로 들어섭니다. 집안에 쌓여 있는 옷들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패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패션에서 제일 중요한 걸 놓치고 있어요. 당신이 오늘 산 티셔츠는 바다 건너 누군가의 피땀눈물이 섞여있고, 당신이 어제 산 청바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구는 비명을 지릅니다. 당신이 티셔츠를 세탁하는 동안 미세한 플라스틱 덩어리는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의류폐기물은 엄청난 양으로 쏟아집니다.
우린 이런 문제들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스타벅스에서 종이 빨대를 만들든 말든 내일 새 옷을 사러 나가죠.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련되게 잘 입고 다닌다고 칭찬하지만 우린 그만큼 패션이 양산하고 있는 쓰레기들과 기후변화, 환경오염은 경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요즘 우리 패션은 멋있지 않아요 절대. 신상 걸치고 트렌디한 옷을 입는 것이 훌륭한 패션감각인가요? 전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고통을 외면하고 있죠. 이젠 우리의 가치 있는 패션이 대해 고민해볼 때입니다. 10년, 20년 세월의 흔적이 묻은 가방이나 엄마가 젊은 시절 입었던 청자켓을 물려받아 입는다거나. 빈티지 가게도 한번 찾아가보세요. 옷이 7개만 있어도 얼마나 잘 돌려입느냐. 내 옷장 안에 숨어있는 옷을 얼마나 잘 발굴해내느냐. 이게 바로 진짜 가치 있는 패션이자, 우리가 발견해야 할 패션감각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당신의 패션감각은 정말 안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