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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량 Mar 29. 2020

당신의 패션감각, 안녕하신가요?

해외에 나가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옷을 잘 입고 세련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그런 영상이 정말 많더라고요.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인의 패션에 대해 인터뷰하는 영상이요. 예전에도 여러번 그런 영상들을 지나쳤고, 이번에 글 쓰려고 '외국인이 생각하는 한국패션'이라고 검색해봤는데 여러 영상이 쭈루룩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한국인의 패션에 감탄하는 외국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너무 당연하죠. 한국 사람들은 패션에 관심이 정말 많거든요. 남녀 가릴 것 없이 우리는 옷 입은 모습을 보고 서로를 판단하잖아요. 그렇게 우리는 목을 매죠. 간지나게 차려입고, 옷 잘 입는다 소리를 정말 듣기 좋아합니다.


물론 패션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줄 안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 능력입니다. 적절한 패션은 긍정적인 첫인상을 자아낼 뿐만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알맞는 동시에 자신을 돋보일 수 있다는 거니까요.


하지만 우리, 잠깐 돌아봅시다. 패션은 정말 매력적이고, 소비는 중독적이잖아요. 옷장 속 많은 옷은 쳐박혀있을 뿐, 우리는 항상 새로운 옷을 찾아나섭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새 옷을 사들이다가 오랜만에 옷장을 정리하거나 이사할 때면 버릴 옷들이 한 박스 두 박스 넘쳐납니다. 사놓고 한번도 안 입은 옷도 있을 거예요.


과소비라고 하죠. 필요한 만큼 사는 것이 아니라 넘쳐나게, 지나치게, 과하게 사는 것.


저는 여러 글에서 패션산업이 양산해오는 각종 환경문제들을 말씀드렸습니다. 석유산업 다음으로 가장 환경오염이 심각한 산업군이죠. 지구가 인간이 살 수 있는 상태로 얼마나 더 보존될 지 우린 예상할 수 없습니다. 지금 전세계가 기후변화에 주목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오늘 신나게 의류매장으로 들어섭니다. 집안에 쌓여 있는 옷들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요.


우리나라 사람들 패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패션에서 제일 중요한 걸 놓치고 있어요. 당신이 오늘 산 티셔츠는 바다 건너 누군가의 피땀눈물이 섞여있고, 당신이 어제 산 청바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구는 비명을 지릅니다. 신이 티셔츠를 세탁하는 동안 미세한 플라스틱 덩어리는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류폐기물은 엄청난 양으로 쏟아집니다.


린 이런 문제들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스타벅스에서 종이 빨대를 만들든 말든 내일 새 옷을 사러 나가죠. 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련되게 잘 입고 다닌다고 칭찬하지만 우린 그만큼 패션이 양산하고 있는 쓰레기들과 기후변화, 환경오염은 경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즘 우리 패션은 멋있지 않아요 절대. 신상 걸치고 트렌디옷을 입는 것이 훌륭한 패션감각인가요? 전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고통을 외면하고 있죠. 젠 우리의 가치 있는 패션이 대해 고민해볼 때입니다. 10년, 20년 세월의 흔적이 묻은 가방이나 엄마가 젊은 시절 입었던 청자켓을 물려받아 입는다거나. 티지 가게도 한번 찾아가보세요. 옷이 7개만 있어도 얼마나 잘 돌려입느냐. 내 옷장 안에 숨어있는 옷을 얼마나 잘 발굴해내느냐. 이게 바로 진짜 가치 있는 패션이자, 리가 견해야 할 패션감각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당신의 패션감각은 정말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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