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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량 May 10. 2020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를 멈추자는 외침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그 혼란스러움에 대하여

그린워싱에 대한 책을 읽고, 온갖 지속가능한 노력과 친환경에 대한 노력에 의심을 품었다. 업사이클링? 그래도 폐기물을 모으고 세척하고 판매하고 배송하는 그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폐기물과 폐수, 온실가스는? 친환경이라구?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이런 의심들로 가득했다. 사실 맞기도 했다. H&M이 아무리 '어스 아워(Earth hour: 한 시간동안 소등하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2020년 패션 투명성 지수 1등을 받아도, 매 시즌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컬렉션을 쏟아내고, 패스트 패션의 흐름에 맞춰 과소비를 재촉하는 건 변함 없다.  마케팅이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소비 자체멈춰보자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업사이클링이나 빈티지 등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소비에도 한계는 있었고, 가장 깔끔한 것은 사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요즘의 우리는 소비에 미쳐있기도 하고. 


그래서 소비를 자제하자, 소비의 중단을 말했었는데, 소비가 생활의 일부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 스스로 참 여러가지 혼란과 마주하게 되었다. 오늘은 이 복잡한 마음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일단 나는 내가 어제의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 않고 오늘의 블라우스 사지 않아도 내일 친구들과 외식 한번에 나오는 쓰레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에 마음이 무겁다. 삼각김밥 하나 먹어도 나오는 비닐들에, 마트에서 장을 보면 스티로폼이 쏟아진다. 과자 하나 사먹으면 플라스틱에 갖가지 비닐이며 종이 쓰레기들이 나고. 이런 걸 보고 있자면 참 괴롭다. 에버랜드 가고 싶다, 그 말 한 마디에 커다란 에버랜드를 움직일 에너지 소비량부터 생각나는 나는 이제 마음 편한 일상생활은 못 하는 거였다. 내가 내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들이,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거였다. 심지어 인간까지도. 내 존재 자체가 지구를 망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내 존재가 내 존재의 존속과 반한다는 이 아이러니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소비 중단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실제로 옷을 일절 구매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실천해보기도 했고,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은 절대 이용하지 않았으며, 중고거래를 활용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하다고 느꼈던 패션의 과소비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미 포화 상태인 쓰레기장, 넘쳐나는 플라스틱들과 더불어 당신이 하루동안 만들어내는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바라보았으면 했다.

6개월동안 옷을 구매하지 않았던 작년의 나. 그리고 딱 100일이라도 많은 분들이 함께하길 바랐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를 멈추자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가 말하는 내용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최근 선거가 있었는데,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였던 정당은 단 한 개뿐이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중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부딪힌 문제 중 충분히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지나친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안위에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뽑는다.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는 사회에, 바쁘고 힘든 인생이기에 모두가 조금 더 여유롭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모두에게 소비를 자제하라는 이야기가 얼마나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까. 특히 소상공인분들에게는, 소비와 생업이 직결된 분들에게는 아주 죄송한 소리가 아닐 수가 없다. 소비를 병행하면서 지속가능함을 얘기할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들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당장 필요한 옷이 있는데 중고거래를 몇 번 실패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였다. 돈은 돈대로 쓰고, 죄책감에 새 옷 살 생각도 못하는 나 자신이 답답하기도 하고 남들은 잘만 소비해대면서 살아가는데 나만 생각이 너무 많 싶었다.

 

한번은 유기농 면을 검색해봤다. 오가닉 코튼. 잠옷 브랜드 중에는 오가닉 코튼 인증을 받은 브랜드가 있었는데, 일반 옷 중에서는 내가 적당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없었다. 바지 하나에 15만원은 되어야 해외 제품을 살 수 있던데. 내가 나 자신과 내 지갑에 대한 죄책감 없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제품이 없다는 게 참 실망스러웠다.




우리, 잘 먹고 잘 살자고 돈도 벌고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거 아닌가. 그 삶에 소비란 아주 큰 축을 차지하는 부분인데 무작정 중단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은 뼈저리게 잘 알겠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가능'에 대해 고민해야하는 것도 너무 잘 알겠다. 지속. 가능. 우리 삶의 지속 가능이란 이런 소비생활의 지속도 포함이 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게 우리 삶과 지속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대한 고민이 수반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유기농 코튼의 생산이 더욱 많아지고, 각 섬유 및 의류 제조 공장에서는 온실가수 감축과 폐수 및 폐기물 관리에 유념하고, H&M처럼 헌 옷을 수거해서 재활용하거나, 이런 노력들이 아주아주 많아지면, 그래서 우리가 집 근처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공급형태라면, 우리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소비를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지금 너무 많은 생각과 죄책감에 지쳐감을 느낀다. 이거 정말 스트레스가 꽤 크다. 어리석은 고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대답 없는 질문만 외치고 있는 느낌이라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지기만 할 뿐이다. 제발 지속가능을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들이 정말정말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게 너무 간절하다.


내의 대규모 브랜드들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앞장서길 바란다. LF, 코오롱, 삼성물산 등등 듣고 있냐. 친환경을 위해 너희가 하는 노력이 뭐냐고... 그리고 크지 않은 규모의 기업 혹은 소상공인들도 경제적 소득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혹은 제도적인 지원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소비자다. 우리가 더 많이 외치면 외칠수록 기업이 우리의 필요성을 금방 인식해줄 거라 믿는다. 패션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노력은 해당 브랜드의 옷을 실컷 사도 괜찮다는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너무나 필요하고 당연한 일을 할 뿐이란 걸, 우리가 똑부러지게 외치자. 우리는 옷 한번 살 때 정말 꼭 필요한 건지 열 번은 더 고민할 거라고. 이런 우리 입맛에 맞추려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아주아주 심층적인 고민과 행동이 필요할 거라고. 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천하려고 노력해보자. 과소비 하지말고. 플라스틱 줄이고.


그래, 아무리 마음이 복잡하고 생업과 관련된 분들께 죄송하더래도 난 계속 외칠 거다. 최소한 과소비는 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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