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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랭지망고 Jul 12. 2020

우리가 입고 먹는 플라스틱

전세계에 가득한 미세플라스틱 오염

우리가 평소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라스틱을 입는다는 사실입니다.


폴리에스터, 나일론, 아크릴우리가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섬유 이름입니다. 합성섬유죠.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괜찮은 품질에 우리는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많이 입습니다. 우리가 입는 옷의 약 60%가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입니다.

이 모든 합성섬유는 모두 고분자 화합물로 이루어집니다. 즉, 플라스틱이죠. 우리가 입는 대부분의 옷에서 나오는 실 한 가닥은 모두 플라스틱니다.

출처: Retviews

우리가 입는 옷에서 나오는 실 한 가닥, 보풀 등등이 모두 플라스틱이란 걸 알아차렸다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플라스틱을 곳곳에 버리고 다닌다는 것도 깨달았을 겁니다. 걸어다니면서도 뿌리고 다니는 거죠. 하지만 우리 옷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이 나오는 건 옷을 세탁할 때입니다. 세탁기에 넣어 옷을 세탁할 때면, 작고 작은 실가닥들이 무수히 빠져나옵니다. 이렇게 작은 플라스틱을 우리는 'microplastic', 즉 미세플라스틱이라고 부릅니다. 미세플라스틱의 크기는 5밀리미터 이하로, 외부의 충격에 의해 쉽게 조각나고 작아지면서 1000분의 1 밀리미터(1마이크로미터)의 크기까지 작아질 수 있습니다. 이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세탁기 거름망이나 배수 필터에서 걸러지지 못 합니다. 그렇게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는 거죠. 2016년 영국의 플리머스 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한 번의 세탁(약 6kg)으로 보통 7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된다고 합니다. 현재 바다에는 우리의 옷에서 나온 무수히 많은 플라스틱들이 떠다니고 있는 겁니다.


매년 8백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가는데, 그 중 미세플라스틱은 150만 톤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 미세플라스틱의 유입원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은 합성섬유(35%)입니다. 그 다음은 순서대로 자동차 타이어의 고무(28%), 도시의 먼지(24%), 도로의 노면 표지(7%), 선박용 페인트(3.7%), 그리고 그 외 미용 등의 생활제품(2%)이 차지합니다. (연구 출처: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너무 작은 나머지, 미처 측정하지 못한 플라스틱도 많을 거라고 하니 바다엔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을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작고 무수히 많은 미플라스틱은 해류와 조류를 따라 바다 여기저기로 확산되, 육지에도 다다르며 전세계에 퍼집니다. 바다와 양 곳곳에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되고 세계의 다양한 생물들이 이를 먹게 되죠. 최근 북서대서양에서 잡힌 물고기의 7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습니다.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의 생물들도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북극의 얼음에서도 발견된다고 합니다. 바다에 플라스틱이 가득하다는 것을 증명해낸 것으로 유명한 찰스 무어 선장의 연구에 따르면 태평양의 한 구역에서 발견한 미세 플라스틱의 개수는 플랑크톤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또, 미국 서부의 11개 보호 구역에서는 11개월동안 채취한 빗물에서 1,000톤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고 하고요. 12억 개의 플라스틱 물병 정도의 양이라고 하네요. 1년 남짓한 기간동안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 비가 내렸습니다. 이제 바다를 비롯해 공기에까지 전세계 어디든 플라스틱이 가득하고, 플랑크톤, 물고기, 그 외 등등의 많은 동물들이 이 작은 플라스틱을 끊임없이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먹이사슬의 종착점입니다.


2019년 6월 과학지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의하면 우리는 연간 3만 9,000개에서 5만 2,000개에 이르는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공기 중에도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하는 경우까지 더하면 7만 4,000개 이상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나노 단위로 쪼개지며 인체의 모든 기관을 비롯한 혈액, 태반장벽, DNA세포까지 침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먹어도 싸면 그만인 것을. 그런데 플라스틱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유독하고, 화학약품으로 범벅되어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각종 촉매제, 광택제, 내구성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화학첨가제, 산화방지제, 윤활유, 항산화제, 경화제, 난연제, 방부제, 가소제, 정전기 방지제 등등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첨가되며 온갖 약품처리를 거칩니다. 우리가 입에 대고 만지는 플라스틱은 보이는 것처럼 투명하고 깨끗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도 독성물질인 거죠.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은 스펀지처럼 주변의 독성물질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바다를 떠다니며 각종 유기 잔류물, 배설물, 누출물 등이 덕지덕지 묻어, 주변의 바닷물보다 최고 백만 배는 유독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바다에 떠다니는 크고 작은 수많은 플라스틱은 이미 물고기와 바닷새들의 주식이 된 지 오래입니다. 플라스틱을 먹는 것으로 알려진 많은 수의 바닷새와 해양 포유류, 바다거북에게서 자가 면역 기능장애와 화학적 오염이 발견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코끼리 물범이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다거나, 범고래의 새끼 사망률이 상승하고 번식률이 줄어든 것이 확인되고, 다양한 해양생물에게서 과불화합물, 브롬화 난연제, 비스페놀A, 프탈산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물질들은 분비계 교란을 일으키고,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갑상선 이상, 비만, 지능 저하 등의 건강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인체에 침투한 미세플라스틱을 통해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의 독성물질이 암, 불임 등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의 유입과 확산, 축적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입니다. 자막 참고하세요.

미세플라스틱의 가장 큰 문제는 완전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겁니다. 해변의 쓰레기는 주울 수라도 있지, 미세플라스틱은 잘 보이지도 않고 전세계에 퍼질 대로 퍼져 있습니다. 바다를 체칠 수 없는 만큼, 우리는 이 미세플라스틱을 없앨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부터라도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미세플라스틱 발생과 오염에 대한 연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와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 대학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드럼 세탁기보다 통돌이 세탁기가 7배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럼세탁기가 더 적은 양의 물을 사용하고, 더 부드럽게 옷을 세탁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부드러운 촉감을 위해 가공된 소재에서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고, 성기게 짜여진 직물(wooven)이 촘촘하게 짜여진 직물보다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국가의 노력도 지속됩니다. 프랑스의 경우, 2025년부터 판매되는 모든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필터 탑재가 법적으로 의무화된다고 합니다. 탁기에 설치된 필터로 미세플라스틱이 강과 바다에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함이죠. 프랑스 정부에서 가전제품 생산업체와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발명한 업체, 환경단체 등과 함께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의류업체와 세탁기 제조 업체, 그리고 소비자들이 관련 문제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기업에서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패션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인 패션 브랜드 중에서 주도적으로 환경 문제에 고민하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텔라 맥카트니는 생분해성 섬유로 데님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이탈리아 데님 브랜드인 Candiani와 함께 유기농으로 재배한 식물성 섬유로 데님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섬유는 "생분해성(biodegradable)"으로, 박테리아나 다른 유기 생물체에 의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섬유입니다. 플라스틱으로 패션 제품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에도 의의가 있지만, 넘쳐나는 의류 폐기물 문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환경에 대한 고민이 여실히 드러나는 제품입니다. 뿐만 아니라 청바지의 경우 인디고 염색으로 인한 환경오염도 심각한데, 버섯과 해조류에서 추출한 생분해성 염료를 사용해서 염료로 인한 환경적 영향도 줄였다고 합니다.


스텔라 맥카트니 생분핵성 데님


그리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 한 가지! 바로 세탁망입니다. Guppyfriend라는 이름의 세탁망이 있습니다. 촘촘하게 제작된 이 세탁거름망에 옷을 넣고 세탁하면 미세플라스틱이 거름망 안에 남아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설치하지 않아도 소비자 단계에서 손쉽게 미세플라스틱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죠. 그런데 현재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Guppyfriend"


아래 링크에 의하면, 망원역 근처에 위치한 '알맹상점'에서 미세플라스틱 세탁망을 판매한다고 하십니다. 참고로 알맹상점은 공병을 들고 가면 세제, 샴푸, 화장품 등등 각종 생활용품을 플라스틱 용기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곳이에요.



이제는 플라스틱 비가 내리고, 바다 속엔 미세플라스틱이 가득한 세상입니다. 우리 몸 속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쌓여있겠죠. 앞으로도 가득 쌓여갈 예정이구요.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국가나 기업이 노력할 수는 있습니다.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부착하거나, 생분해성 섬유를 활용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우리가 전세계의 사람들 모두에게 세탁기에 필터를 부착하고 생분해성 섬유로 만든 옷입으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합성섬유가 아닌 천연섬유로 만든 옷만 입으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심지어 면의 경우, 재배하면서 매우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한다는 문제점이 있구요. 모(wool)의 경우, 동물 문제를 빼놓을 수 없죠. 환경적 영향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옷이란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분명한 일은 두 가지입니다.

적게 사고, 꼭 필요할 때 세탁하는 거죠.


Buy fewer clothes
and wash only when necessary




참고

- 「플라스틱 바다」, 찰스 무어, 커샌드라 필립스. 미지북스. 2011년

- Braden Bjella, "Stella McCartney Is Launching a Line of Biodegradable Denim" TeenVogue, 2020.1.21

- Brian Resnick, "More than ever, our clothes are made of plastic. Just washing them can pollute the oceans." Vox, 2019.1.11

- Denise Chow, "Fight against plastic pollution targets a hidden source: Our clothes" MACH, 2019.5.5.

- Matt Simon, "Plastic rain is the new acid rain" Wired, 2020.6.11

- Rachel Cernansky, "Fashion's dirty microplastics secret" Vogue Business, 2020.1.30.

- "Microplastic filters by 2025 on washing machines - France 24" Teller Report, 2020.2.18

- "우리는 1년간 미세플라스틱 3만~7만 개를 섭취한다" 프레시안, 20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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