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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량 Jul 25. 2020

나 하나 옷 안 산다고 세상이 바뀔까

옷 사는 게 쉽고 즐거운 세상다. 요즘 전세계 매년 5,600만 톤의 옷을 산. 영국에서만 1분에 2톤 이상의 옷이 거래된다고 하니, 우리는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다.  참 많은 옷들을 사고 팔고 있다. 그런데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어나기만 할 전망이란다. 2030년만 되도 1억 톤 가까이에 다다르고, 2050년이면 1억 6천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런데 패션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담당하는 산업이고, 매년 직물 쓰레기를 9,200만 톤 배출하는 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억 톤 가까이 되는 의류를 소비한다니 참 용납할 수가 없어서, 다들 몰라서 그러는 거겠지 하고 문제점을 외쳐왔다. 의류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께는 서운한 소리더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해  한 벌이라도 덜 사자고 얘기했다. 모두에게 더 사려는 노력이 아닌, 덜 사려는 노력을 해달라했다.


 소비자가 패션산업의 문제를 아는 만큼, 높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기업의 행동을 요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소비자가 기업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소비자들이 소비하기 전에 하는 고민에 지속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끼워넣기 위해 글을 썼다.


하지만 근본적인 고민이 들었다. 과연 소비자는 기업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


착한 소비

긍정적인 부분을 보자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에 주목하고 있다. 『라이프 트렌드 2020』은 동물 보호를 추구하는 브랜드를 선택하거나, 갑질이나 성차별 관련 이슈가 떠오른 브랜드를 불매하는 등의 윤리적 소비 형태를 2020년의 트렌드로 주목했다.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2020년 1월 31일 발표한 대한민국 트렌드 리포트에서는 착한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과반수의 사람들이 착한 소비에 대한 필요성에 동의했,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착한 소비에 동참할 것이며, 착한 소비가 잠깐의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3분의 1 이상의 사람들이 비윤리적인 이슈가 나타난 브랜드를 불매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한 소비를 하고 있다.


틸리언프로라는 설문 플랫폼에서도 착한 소비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만 20세 이상~만 59세 이하의 소비자 1,739명을 대상으로 가격이 10% 더 비싸더라도 착한 소비를 선택할 것인지 물었을 때, 6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요즘의 소비자는 금전적인 합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생각하기에 올바른 것을 추구하고 마음이 가는 쪽을 선택한다. 이런 소비를 선택함으로써 지출이 좀 더 나가게 되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손해가 아닌 내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대한 의미 있는 행동이다. 지금은 이런 세상이다.


#선한영향력

인스타그램에 '#선한영향력'을 검색하면 8만 개의 게시글이 나온다. 그만큼 트렌디한 어구가 되어버렸다. 커뮤니티에 도움을 청하는 글이 올라오면 선뜻 도와주고, 생일에 선물 대신 좋은 곳에 기부를 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생겼다. 이들은 단 한 명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작은 실천으로 사소하더라도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선한 영향력'이라고 말한다.


이 생각이 사회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나 하나가 노력해봤자 뭐가 바뀌겠어. 그렇다, 맞는 말이다. 나는 너무나 작고 작은 개인일 뿐이고, 나 하나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이 사회에 비해서 초라하고 보잘 것 없다. 씁쓸하지만, 개인이 전체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나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작은 변화에 감사하고 가치 있게 여긴다면? 그리고, 나로부터 영향을 받은 어떤 한 사람도 스스로 실천한 작은 행동이 미칠 수 있었던 '선한 영향력'에 기뻐하고, 그 작은 행동을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다면?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그 영향을 받고, 그 영향이 또 다른 사람에게 미치고. 그렇게 작고 작은 힘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한 사람의 결정이 보통의 행동양식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렇게 긍정적인 가치를 전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떤 집단을 이뤘을 때, 사회의 일부를 대표하고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옷 한 벌 안 사기로 기꺼운 결심 했을 때, 전세계 곳곳에서 나와 같은 결심을 한 사람이 수두룩빽빽하다면 그 땐 이제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제서야 같은 결정으로 모인 개인이 사회를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고, 이 때가 비로소 소비자가 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시점이 아닐까.




현재 많은 사람들이 착한 소비에 주목하고 있고, 그 필요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경제적 가치를 중심으로 톱니바퀴가 굴러가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만, 나는 지금 변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나 자신이 바꿀 수 있을 세상의 작은 부분을 바라보고 싶다.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에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러한 사람들이 대변할 수 있는 소비자의 일부를 위해서라도 기업은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냥개비가 하나면 부러지지만,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부러뜨리기 힘들어진다. 난 그렇게 우리 약하디 약했던 개인이 모이고 모였을 때의 그 단단한 힘을 믿고 싶다. 어디선가 스치듯 봐서 출처를 말할 수 없는데, 누군가 그랬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우리 없이는 바뀌지 않을 거라고.


그래 나는, 고작 이 글 하나로 대한민국을, 세상을 통째로 바꾸지는 못 하겠지만 글을 읽고 계시는 단 한 분의 생각에 잔상으로라도 남아서 아주 작은 영향력을 미칠 거라 기대하고, 그거 하나를 위해 글을 써본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번 외친다. Buy Less!




참고

서믿음, "‘2020년 트렌드’ 먼저 알고 싶다면... ‘착한소비’를 기억하라", 독서신문, 2019.11.27

서재경, "해시태그 8만? #선한영향력도 트렌드가 된 시대", Careet, 2020.7.16

정채희, "가치소비, 상품이 아니라 신념을 산다", 한국경제매거진, 2019.10.28

"옷을 재활용하기 어려운 까닭', BBC News Korea, 2020.7.19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소비, 이제는 '착한 소비'의 시대다」 Numbe9s, 목회데이터연구소, 2020.1.31

http://www.nwnm.or.kr/index.php?mid=board_bVcA53&page=2&m=0&document_srl=14666



P.S. 구독자가 600명이나 되었습니다. 600분이나 되는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시도 좋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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