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변화의 상황에서 필요한 리더십
1.조직에 변화가 많다. 2년 반 동안 6번째 매니저가 바뀌고, 협업하는 고객사가 바뀌고, 일하는 동료가 바뀌고, 고과 시스템이 바뀐다. 준비하고 향후 계획을 세울 시간은 촉박하다.
2. 변화에 잘 적응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음에도, 카멜레온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음에도 모든 변화에 곧바로 모드를 바꾸기란 쉽지 않음을 이번 상황을 통해 느꼈다. 변화의 크기에 변화가 일어나는 속도가 곱해져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이번 주는 더 깊은 생각을 멈추고 살았다. 비행기가 하늘을 열심히 위해서는 재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하던 일들을 잠시 내려놓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침대 머리맡에 고스란히 놔둔 지 5일째. 업무 시간이 끝나면 밥을 먹고 따릉이를 1시간씩 타고 돌아왔다. 유튜브로 긴 영화 리뷰 영상들을 보다 잠들었다. 휴식과 마음 정리가 필요한 시간이었고, 몸이 이미 알아서 그것에 맞게 생활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동료들이 ‘휴가 좀 다녀와‘라고 말할 때는 다녀와봤자 상황은 바뀌지 않을 텐데 무슨 소용이지 라는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아니라 내 마음의 휴식을 위해서였음을 이제 깨닫는다.
3. 금요일 팀장님이 또 다른 변화를 팀에 소개해주는 시간이었다. 인터스텔라 포스터 이미지로 말씀을 시작하셨다. 포스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4. 조직이 커질수록 변화의 크기와 영향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체계와 시스템 앞에 개개인의 편의와 선호를 모두 반영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수평적이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만큼 팀장 레벨까지 변화에 대한 안내를 거의 비슷한 시점에 받은 것을 생각해보면 나만 놀란 것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다 비슷한 처지와 변화의 물결 앞에 서 있음을 느낀다.
5. 끝을 알 수 없는 변화와 ambiguity 안에서 방향성을 찾아 나아가는 것은 끝이 없는 과제이자 숙명일 것이다. 팀장님도 솔직하게 말씀하셨다. 아직 본인에게도 공유되지 않은 부분이 많고,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 계속 논의 중이며 피드백을 통해 계속 발전해나갈 거라고. 1시간 반 동안 팀장님이 아는 선에서 설명을 해주셨고, 팀원들이 30분에 걸쳐 질문과 피드백을 던졌으며 이는 다시 리더십에서 논의되어 다뤄질 예정이다. 공지된 내용이 고체처럼 모든 게 정해져 있던 게 아니라, 슬라임처럼 bottom-up으로 올려지는 팀원들의 의견과 피드백을 통해 계속 수정되고 업데이트될 것이다. 팀장님 본인도 많은 부분을 모르고 있다는 솔직함, 팀원들의 의견에 동의하며 피드백을 계속 주고 있다는 공감과 이해, 그리고 어떻게든 우린 잘할거라는 확신에서 힘든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방식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혼자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했던 부분도 팀원들의 너무나 다른 강점들을 서로 나눠주고 강화해주자는 얘기를 나눴고, 오히려 어벤져스처럼 더 큰 시너지를 낼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힘든 상황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건 서로였다.
6. 늘 그랬듯이 우리는 그 안에서 답을 찾고 나아갈 길을 찾을 것이다. 다 같이 함께. 많은 위안이 됨과 동시에 신뢰하고 존경하는 팀원들에게 감사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