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
타인 시선에 활발해보이고 하이 텐션이었던(스스로는 로우 텐션이라 느낄지라도) 나는 침묵이 가져오는 어색함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하하호호 이어지던 대화의 뭉텅이 사이에는 1초 정도의 조용함은 있기 마련이건만 그 찰나의 팽팽한 공기의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오디오를 채워 넣기 일상이었다. 새로운 대화 주제로 방향을 돌리거나, 내 얘기를 하거나, 시시콜콜한 문장을 던졌던 것 같다. 소질이 없진 않아 다행이었다.
어느샌가부터 침묵을 메꾸는 방식은 타인에 대한 질문으로 채워졌다. 상대방의 신원(?)에 대한 질문부터 일, 취미 등등. 하다 보니 루틴도 생겼다. 질문을 하다 보니 더욱 궁금한 점들이 생겨난다.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사고방식이 궁금한 사람을 만났거나 친구의 큰 업데이트가 있을 때 질문이 많아지는데, ‘지금 취조하냐’부터 ‘면접 보냐’, ‘너가 투자하냐’ 등등 나의 단순 질문이 생각지 못한 반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하나같이 성실히 답해준다).
지금은 침묵은 잘 견디고, 질문은 많이 하는 사람이 되었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침묵의 1초가 10배는 더 길게 느껴진다. 오프라인의 현실 배경 소음 없이 온라인의 쥐 죽은 듯한 무(없을 무)의 소리만 있다. 가끔씩 카메라가 안 된다는 광고주와 얘기할 때는 혼자 허공에 대고 얘기하기도 한다. 어느 미팅이든 주도는 내가 해야 하는데, 이제 침묵은 1초가 아니라 4초까지도 감당 가능하다. 가끔씩 더 못 견디겠는 표정의 광고주를 볼 땐 내심 여유로운 느낌이 든다.
또한 B2B 세일즈는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올바른 질문을 통해 광고주의 가장 큰 니즈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들이 뭘 원하는지는 스스로도 모르기 때문이다. 회사 입사 직후 팀장님이 강조하셨던 인재상도 올바른 질문을 하는 사람이었다. 업무에 있어서는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질문이겠지. 그 뒤부터 계속적으로 인터널 미팅, 광고주 미팅 등에서 내가 어떠한 질문을 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질문은 일방향이 아니다. 질문은 (최소) 양방향으로 움직인다. 질문은 의미를 구하고 또 전달한다. 적절한 때 친구에게 적절한 질문을 묻는 것은 연민과 사랑의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자주 질문을 무기로 사용한다. 상대를 저격하고(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 자신을 저격한다(왜 난 제대로 하는 게 없지?), 질문으로 변명을 삼고(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나중에는 정당화한다(내가 뭘 더 할 수 있었겠어?). 마음을 들여다보는 진정한 창문은 눈이 아니라 질문이다. 볼테르가 말했듯, 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의 대답이 아닌 질문을 보는 것이다.
-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한 때 직업으로 심리상담가를 생각했던 적이 있다. 타인의 심리,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고 고민 상담을 들어주는 것도 좋아했다. 이 못지않게 감정이입 또한 투머치로 뛰어나서 친구의 고민을 듣고 나면 힘들어서 내가 도리어 운 적도 많다. 내가 어떠한 답변을 줘야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까, 어떤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일까, 어떻게 얼마나 공감을 해줘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해답과 해결책을 내주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내가 그의 인생을 책임져줄 수는 없다. 선택은 그가 해야 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은, 스스로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다.
질문은 많이 하는데 내가 좋은 관심과 좋은 의도를 담아 질문을 좋게 전달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소 직설적인 말투와 의도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안 좋게 받아들여졌을까? 내 질문이 상대방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을 잘 담아냈을까? 혹은 아직 그 관심을 다 표출하지 못해 못다 한 질문이 남아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내 질문으로 스스로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해보는 침묵을 경험한 사람이 있었을까?
여러분은 어떤 질문을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