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참 밝아요."
G20 기간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춘 탓에 유달리 청명한 하늘을 뽐냈던 8월의 상해. 지인 방문이 잦았다. 와이탄에서 저녁 식사 후 상해 야경을 보기 위해 올라간 파크 하얏트 91층 라운지 바에서 상해의 인상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뭐든지 진짜 크네요. 이게 대륙 스케일인가. 아, 그리고 사람들이 참 밝아요. 두 분도 밝아 보여서 좋아요."
어딘가 피곤한 듯, 또 포기한 듯. 무표정한 얼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던 도쿄의 지하철. 대학교 2학년 여행자가 아닌 단기 거주자로 일본을 처음 찾았을 때 아침 지하철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의 서울 지하철도 언뜻 그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는 듯하다. 마주하는 상해의 얼굴들에는 다양하고 농도 깊은 감정이 담겨있다. 사무실이 떠나가라 웃기도 하고, 식당 종업원끼리 서로 누구 잘못이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격한 감정 표현이 때론 소란스러움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이 곳 삶에 제법 익숙해진 탓인지 싫지만은 않다. 참지 않고 발산하는 그들의 에너지가.
온 나라가 희망에 부풀어있다. 나의 내일은 오늘보다 더 풍족할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 차 있다. 경제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중국과 중국 바깥 세계의 경제 위기는 사뭇 다르다. 경제 성장률이 두 자리에서 한 자리로 떨어졌지만 그 규모를 고려하면 여전히 맹렬한 성장세임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매일 같이 변화를 피부로 느낀다. 회사는 매분기 두 자리 성장을 발표하며, 통장에 찍히는 월급 역시 가파르게 오르고, 새로운 브랜드, 서비스가 쏟아져 나온다. 유명 미슐랭 셰프들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들과 호텔 체인의 최고급 체인들이 들어선다. "아시아 최고", "아시아 최초"가 곧 "세계 최고", "세계 최초"가 될 날이 머지않은 듯한 기세로.
회식 자리 부장님 이야기 속 "내가 젊을 때"를 겪어보지 못한 나는 이렇게 일시적으로나마 빠르게 성장하는 로켓에 오르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느끼고 있다. 나의 가치를 증명하여 더 나은 가치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이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내일이 오늘보다 환하게 빛나리라는 확신이 오늘을 밝힌다.
16.08.31
상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