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있는 곳에서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드는가?
퇴사 디데이가 켜졌다. 공식적으로 퇴사 절차를 밟고 업무를 정리하기로 했다. 12월 31일까지 꽉 채운 7년을 보내게 되었다. 모든 것이 결정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다. 이제야 조금씩 웃을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이 아직 편안해진 건 아니다.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이 있고 끝까지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 긴장된 상태로 일을 한다. 그러다 오늘 그냥 연차를 냈다.
며칠 전부터 몸이 붓고 더부룩한 느낌이 계속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개운하지 않고 부어있는 모습에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번 주에 해야 할 중요한 일들도 끝났겠다, 그냥 쉬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 곳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나의 이런 모습. 내 스스로가 좋은 직원, 인정받는 직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
지금 있는 곳으로 발령받은 이후로 나는 '아침에 갑자기 회사 가기 싫어' 병에 제대로 걸려 버렸다. 연초가 심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이미 연초부터 지친 상태였다. 그러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어 가며 갑자기 연차를 쓰는 일이 잦았다. 이런 내 모습이 당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만큼 내가 이미 번아웃 상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이곳에서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오히려 실수가 많고 예산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그런 직원으로 통용되었다. 내가 겉으로 그런 티를 내고 다닌 것은 절대 아닌데 이미 모두가 느꼈나보다. 내가 팀의 애물단지, 아픈 손가락이 되어가는 느낌이 너무 싫었다. 일을 대충 하고 바로 선임에게 던져버리는 사람. 실수가 잦은 사람. 누군가 같이 확인을 해주어야만 하는 사람. 내가 일 년 동안 느낀 내 모습이었다.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이전에 일했던 곳에서도 이랬다면 억울하지도 않다. 이전의 내 모습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모두에게 인정 받고 칭찬 받았던 내 모습은 이미 과거의 영광으로만 추억될 뿐이었다. 그런 과거와 지금의 모습 사이의 간극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 사이에 내 마음은 점점 깎여나가고 있었다.
연애할 때 좋은 사람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그 사람과 같이 있을 때의 내 모습이 좋아진다면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있는 거라고 했다. 직장도 동일한 것 같다. 이곳에서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빠르게 다음 길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수 있다. 그렇게 내 퇴사의 이유를 또 한 번 포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