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퇴사를 준비하는 마음

퇴사는 처음이라

by 이레네

7년 간 이곳에서 일하면서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본다. 미우나 고우나 첫 직장이었고 내게 많은 기회를 줬다. 생각지 못한 일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인정도 받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사람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보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내 근무 수명을 연장시켜준 고마운 사람들이 떠오른다. 마지막을 앞두면서 더욱 분명해지는 사실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지금 있는 부서에서 일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소중한 인연을 또 만났다. 우연한 기회로 대만 친구를 사귀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 얻고 정서적인 지지를 자주 주고 받는다. 무엇보다 대만에서는 흔하지 않은 기독교인 친구라는 점에서 또 한 번 그분의 놀라운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나의 퇴사를 아쉬워해주는 사람들, 울기까지 하는 사람들 덕분에 그래도 내가 7년 간 헛살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느낀다. 시절인연이라고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충실하게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었다.


마음이 매일 오락가락한다. 퇴사에 대한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지만 감정의 혼란은 있다. 후련하면서도 억울하고, 설레다가도 불안하다. 자유와 불안은 바늘과 실처럼 함께 찾아온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에 마냥 즐겁지는 않다. 실감도 나지 않는다. 내가 퇴사를 한다고 하니 그저 부럽다고 하는 사람들이 야속하기도 하다. 내 속도 모르고..


요즘 헤르만 헤세의 책을 다시 읽고 있다. 주어진 현실을 거부하고 끊임 없이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늘 용기를 준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벗어 다른 길을 개척해가는 그의 이야기들은 내게 영감의 원천이 된다. 살면서 지칠 때 고향을 찾아가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그의 소설을 펼쳐본다.


매거진의 이전글백수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