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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Dec 15. 2020

화를 ‘잘’ 내시나요?

완전히 남이었던 사람과 살아내기

전 이기적입니다.

화가 나면 내 마음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은 알고 싶지도, 알 틈도 없죠.

한 번 화가 나면 불화살 같은 말들을 마구 쏟아 뱉어냅니다. 그 화살이 상대를 어떻게 맞출지, 얼마나 깊이 내리 꽂힐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화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비참하고 불행하고 슬픈 것만 같거든요.

그런 감정은 오래도록 지속될 것 같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수그러듭니다.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들어요.


그때부터 저는 조금씩 상대를 생각해봅니다.

물론, 상대의 마음까지 헤아리기에 저는 아직 부족하고 성숙하지 못해요.

아빠와의 짧은 통화에서 괜시리 눈물이 나옵니다. 눈물의 이유는 아빠가 아닌, 내가 쏟아낸 말들과 그 말로 인해 상처 받은 우리 둘 때문일 거예요.


혈연이 아닌 사람과 동거하는 것은 처음이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싸운 뒤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나는 그저 화가 나서 말을 안 하고 있는 것뿐이었는데, 그게 상대방에게는 고역이었답니다.

내가 화를 내는 방법이 아직 어린아이에 멈추어있구나, 라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해보았어요.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이제껏 저는 화가 나거나 고민 걱정거리가 있을 때 주로 글을 찾았어요.

화가 누그러진 후에 쓰는 글은 처음인데, 새로운 경험이네요.

사실 완전히 누그러진 건 아니에요. 내 마음이 상항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된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결국은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 상대에게 상처 준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감정이 차분해집니다.


누군가와 함께 삶을 나눈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는 건 거짓말일 거예요.

행복한 만큼 마음이 상하는 일도, 슬픈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감정들을 결국에는 모두 덮어버릴 만한 사랑을 당신이 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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