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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Apr 03. 2021

뤼데스하임, Rudesheim

2015년 4월 23일, 세 번째 여행지

진짜 독일에 온 것 같았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별생각 없이 간 곳이었는데 정말 멋졌다. 가는 곳곳마다 친절한 사람들을 만난다. (중략) 뤼데스하임은 정말 좋았다. KD라인을 타지 못한 게 아쉬워서 다시 가고 싶을 정도다. 여행이 즐겁다. 구글 지도가 필요 없고 소매치기 때문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길을 모르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어떻게든 찾게 된다. 

여행 시작 3일 만에 드디어 '내가 여행을 하고 있구나'라는 게 실감이 났다. 꿈에 그리던 자연,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빽빽이 우거진 울창한 숲. 뤼데스하임은 독일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를 제대로 보여준 곳이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뤼데스하임에서의 여행루트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점들-포도밭-어느 마을-숲길-페리-다시 어느 마을, 이런 경로랄까. 그만큼 뤼데스하임에서는 다양한 장소와 탈 것들, 매 순간 새로운 경치들을 보고 왔다. 글을 쓰다 보면 장소가 갑자기 급변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이번 여행기록에서는 장소 별로 챕터를 나누어 글을 써보겠다. 




뤼데스하임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겨준 건 아기자기한 상점들이었다.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오르골, 나무를 정교하게 깎아 만든듯한 벽시계들. 

Chapter 1. 아기자기한 상점들

뤼데스하임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겨준 건 아기자기한 상점들이었다. 유럽 특유의 돌길을 따라서 늘어진 형형색색의 상점들은 어찌나 장난감 같은지.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오르골, 나무를 정교하게 깎아 만든듯한 벽시계들. 그때는 '그냥 예쁘다'하고 빈 손으로 나왔지만, 지금 다시 간다면 각 상점마다 양 손 가득 사들고 올 것들이 다양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하늘 위에서 바라본 모습은 내가 마치 조물주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줬다.

Chapter 2. 포도밭

관광객을 겨냥한 각종 '상업시설'과 장엄한 자연이 공존한다니. 그 정도로 뤼데스하임의 포도밭은 장엄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하늘 위에서 바라본 모습은 내가 마치 조물주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줬다. 



하늘에 저마다의 굵은 나뭇가지와 푸르른 나뭇잎을 새기기 바빴다.

Chapter 3. 조용한 마을과 숲길

케이블카에서 내려 이름 모를 마을에 도착했는데, 평일이었어서 그런지 인기척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겁 없고 무모한 나는 그저 신이 난 나머지 정처 없이 걸어 다니다가 어느 숲길로 들어섰다. 숲길의 나무들은 오랫동안 그 길을 지켜온 것 같았다. 하늘에 저마다의 굵은 나뭇가지와 푸르른 나뭇잎을 새기기 바빴다. 



Chapter 4. 라인강을 지나 또 다른 마을

뤼데스하임은 라인강을 끼고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라인강을 중심으로 여러 마을들이 모여 있는데, 유람선을 타고 서로 왕복이 가능한 것 같았다. 당시 내가 유람선을 탄 이유는 로렐라이 언덕을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가사도 잘 모르고 노랫말도 후렴구밖에 모르지만 왠지 낭만이 가득한 느낌이 물씬 풍겨 꼭 가보고 싶었다. 아쉽게도 로렐라이 사진은 없는데 생각보다 별로 임팩트가 없어서 촬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기억에도 그냥 돌바위만 있었던 듯하다. 




라인강을 건넌 유람선은 나를 이름 모를 마을로 데려다주었다. 낭만적이다, 정처 없이 발걸음이 닿는 곳으로 여행을 다니다니. 사실 나는 여행지를 갈 때 샅샅이 정보를 찾기보다는 적당히 중요 정보만 알아가는 스타일이다. 무엇보다 여행 내내 깨달았던 것은 목적지만 분명하다면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길을 헤매든 어떻게든 그곳에 도착한다는 거였다. 마치 우리 내의 인생길 같다. 


여행길에서 종종 만나는 인생길이 그저 반갑기만 했던 것은, 세상이 23살의 내게 주는 호기심과 깨달음이 가득했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지금까지의 삶 가운데 가장 찬란하고 스펀지 같았던 순간이 그때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돌멩이 하나, 나무뿌리 하나를 보더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충만한 감수성을 발휘했던 당시의 내게 참 고맙다. 


6년 전, 4월 23일의 나는 뿌듯함을 가득 안고 잠들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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