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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Apr 19. 2021

내 글을 누군가 봐줬으면 좋겠으면서도 몰랐으면 좋겠는

날 당혹스럽게 한 브런치

며칠 전 올린 글이 조회수 3,000을 넘어섰다.

나는 구독자 수가 많지도 않고 기껏해야 열 명 남짓한 사람들만이 내 글을 읽기 때문에 너무 당혹스러웠다.

통계를 보니 SNS를 통해 조회수가 더 늘어나고 있었다.


그때 내가 쓴 글은 기혼여성으로서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서였다.

조회수 알림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두 가지.

‘역시 이 주제에 대해 다들 할 말이 많구나’

‘시가에서 이 글을 보게 되면 어쩌지?’




시간이 지날수록 두 번째 생각이 커져만 갔고 불안함도 생겼다.

내가 누군가의 욕을 한 것도 아니고 솔직한 내 생각을 적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내 글을 보는 건 원치 않았다.

그냥 나 혼자서 읊조리는 글을 쓰고 싶었을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회수는 급격히 늘어갔고 혹시라도 나를 알아볼까 하는 불안함에 나는 급히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프로필 내용, 다른 글의 커버 사진들도 바꿨다.

나임을 알아볼 수 있을만한 것들은 모두 수정했다.


급기야는 카카오톡 뉴스 리스트에까지 내 글이 올라간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나는 바로 글을 발행 취소했다.




브런치를 하게 된 이유는 누군가 내 글을 읽고 함께 공감해주기를 바랐기 때문.

막상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은 나는 불안하고 부담스럽기만 했다.

내 생각을 말하고 싶고 누군가 들어줬으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듣는 것은 아직 준비가 안 되었나 보다.

살면서 책 한 권 쓰고 싶다 생각했지만, 브런치 글 한 편에도 이렇게 벌벌 떠는 내가 책을 쓰다니.

더 뻔뻔하고 대담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브런치에서는 SNS 글을 게재하기 전에 미리 내게 동의를 구했다면 좋았을  같다.

브런치라는 공간이 내게 가장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조용히 적어 내려가고 을 때가 있다.


발행 취소했던 그 글의 내용을 조금 수정하고 커버 사진도 바꾼 채 조심스럽게 다시 발행해본다.

무섭고 불안했지만, 그럼에도 작게나마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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