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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Apr 22. 2021

결혼하니까 미친 짓을 하고 싶어

결혼 후 더 나대고 싶은 심리

배우자와 사소한 의견 충돌이 있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떤 일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고민이 많다.

우리의 충돌은 이런 고민을 나누면서 생겼다.


나는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그 일이 재미만 있다면, 지금 직장보다 조건이 좋지 않아도 괜찮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배우자의 현실적인 시각이 내 가슴을 쿡쿡 찌른다.


“다시 막내로 들어가서 일할 수 있겠어?”

“넌 그런 일은 힘들 텐데.. 많이 힘들지도 몰라.”

“네가 워낙 곱게만 자라와서 너랑은 맞지 않을 거야.”


나는 지지 않고 쏘아붙인다.

“내가 그렇게 곱게만 자라왔다고 생각해? 그냥 격려만 해주면 안 되니?”




결혼을 하고 나니 더 크게 나대고 싶다.

흔히들, 결혼 이후의 삶은 안정적이고 이전의 모든 도전들이 마무리를 짓는 때라고 여긴다.

결혼했으니 이제는 얌전해지겠지, 결혼했으니 이제는 정착해서 살겠지.

그런 사고를 깨고 싶은 야망이 내 안에 자라고 있다.


결혼 후에도 해외파견에 대한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차드, 케냐, 우즈베키스탄 이런 나라로 시원하게 해외파견을 지원하고 싶다.

당차게 사표를 내고 대학원을 가고 싶다. 유학이라면 더 좋다. 해외에서 직장도 잡고 싶다.

안정적인 직장을 내려놓고 내 열정을 다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 직장환경이 열악할지라도.

나 스스로에게 넌 아직 죽지 않았다,라고 증명해 보이고 싶다.


으레 결혼한 여성, 특히 배우자가 목회자인 경우의 보편적인 삶과는 다르고 싶다. 그래서 더욱 발버둥을 친다.

배우자는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할 것이 걱정돼 격려만 해주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배우자의 인생에서 잘못된 선택이라 했던 것도 지금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나 또한 과거에는 그릇된 결정이었을지라도 그 경험을 통해 지금의 내가 서 있다.

어떻게 삶이라는 게 안정적이기만 할 수 있을까.

미친 짓을 하면서 새로운 삶의 형태에 몸을 던져보고, 그 과정에서 단단해져 가는 부부관계를 경험하고 싶은 건 너무 큰 욕심인 것일까.


배우자는 안정적이고 감정적으로도 큰 동요가 없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안정된 삶을 자꾸 뿌리치려는 내 모습이 그저 철없는 것처럼 그려지는 건 당연하다.

난 그저 단순하다.

결혼해서도 계속해서 모험을 즐기고 싶다. 내가 내 인생의 주체자이고 싶다. 

가족이 생겼으니까, 결혼을 했으니까, 라는 이유로 도전을 주저하게 되고 싶지 않다.


결혼하니 더 나대고 싶다.

더 미친 짓을 하고 싶다.



P.S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면, 내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나만 이렇게 아둥바둥하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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