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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Jul 11. 2021

결혼하고서 타투가 하고 싶어진 이유

자기 존재를 기억하고 싶을 때

갑자기 타투가 하고 싶어졌다. 혼자 유럽을 돌아다녔을 때 처음으로 접한 타투는 생각보다 일상적이었다. 당시 나도 여행 기념으로 타투를 하고 싶었지만 딱히 무엇을 그려야 할지 잘 모르겠었고, 위생적으로도 염려가 되어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6년 후, 나는 진지하게 타투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사람은 자기 존재를 기억하고 싶을 때 때로 미친 짓을 한다. 내겐 타투가 그런 것이었다. 결혼은 했지만 여전히 ‘나’이고 싶고 ‘나’의 존재를 잊고 싶지 않아서. 솔직하고 용감하고 당찬 내 모습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어서. 앞으로 다가올 삶에 대한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크고 작은 해풍이 불어도 몸에 새긴 레터링을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겠다는.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며 내 삶에 또 다른 획을 긋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마침 친한 친구도 타투를 하고 싶었다고 하니 동행자까지 구해진 셈. 요즘 설레는 마음으로 레터링 후보들을 생각하고 있다.


타투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반항심으로 인한 것도 있다. 나를 모른 채 내 프로필만 보았을 때, 누군가 나를 ‘삶이 교회인 신앙인’, ‘여성스럽고 얌전한 사람’, ‘그저 해맑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게 싫다. 목회자와 결혼을 하여 교회에 소속된 사람, 누군가의 며느리, 배우자가 되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교회 사람’, ‘며느리’, ‘배우자’가 되고 싶지 않다. 며느리 혹은 교회 사람이라 해도 다양한 모습을 갖고 다른 삶의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에 균열을 주고 싶다. 그 마음을 나는 ‘작은 반란’이라 불러본다.


배우자에게 타투를 하겠다는 말을 처음 하고서, 근 이틀간 나는 배우자와 대화를 하지 않았다. 얌전한 교회문화에서 자란 배우자에게 타투라는 것은 8-90년 대 우리나라의 인식 수준에 멈춰있었다. 나는 내가 타투를 하고 싶은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그는 모두 다 이해하진 못할 것이다.


나는 타투를 반드시 해야 함을 피력했고, 타투를 하는 부위에 있어 배우자에게 약간의 양보를 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처음이 힘들지 두 번째는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여러 레터링 후보를 고른 끝에 두 가지 안이 나왔다. 하나는 ‘we will be having reunion before we die’ 란 뜻의 치체와어. 다른 하나는 ‘read, think, and write’. 딱 하나만 고를 필요는 없다. 나중에 또 하게 될 수도 있으니! 무엇을 처음으로 시작할지가 고민이 될 뿐이다. 이제 예약 사이트를 들어가 본다.


내 존재를 내 몸에 새길 것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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