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이럴까요
남들은 안 겪을 일을 왜 나만 겪을까요?
말라위에서의 일도, 입사하고 신입 때의 일도, 그리고 이번 사례 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갯벌에 발이 푹푹 빠지는 것 같다.
함께 해외파견을 갔던 친구들,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기들. 나와 같이 출발했던 주위 사람들을 보면 모두들 별 일 없이 지내 보내는 시간들이다.
그에 반해 나는 꼭 이슈가 생겨왔다.
내가 이 조직이랑 맞지 않나?
솔직히 이런 생각도 몇 번이고 들었다.
이 조직과 인연을 쌓으면서 주기적으로 이런 일들이 생겨나니까.
이제는 그만 울 때도 된 것 같은데, 싶다가도 상담을 받기만 하면 늘 펑펑 울고 온다.
자꾸만 사건사고를 만드는 문제 덩어리 같은 마음에. 내가 이상한 사람 같아서.
나도 그냥 남들처럼 별 일 없이 지나 보내고 싶은데.
남들은 겪지 않는 일을 굳이 겪어오면서,
내 마음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것이 내가 지나온 시간들로부터 얻는 몇 안 되는 위안거리이다.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를 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나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까지 다져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분명한 건, 이번에 상담을 받게 되고 날 힘들게 한 사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또 한 번 확장됐다.
나름 지금까지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왔는데, 내가 아직도 부족해서 이런 일들을 굳이 겪어야 했나?
마음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한 번 업그레이드가 되었기 때문에 이후에는 마음이 크게 요동치는 일이 줄어든다.
크고 동그란 원을 빚어 나가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의 어려움을 안락하게 품어줄 수 있는 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