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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Oct 02. 2021

상담센터를 찾은 상담원 Part. 1

많이 무서웠겠구나

공포와 긴장상태의 연속은 사람을 약하게 만든다. 작은 외부의 자극에도 아파하고 쉽게 오해를 한다. 그런 내 모습이 낯설어 자존감이 흔들린다.

나조차도 낯선 나 자신을 안전한 사람에게 털어놓는다는  의미가 크다. 온전히  마음이 수용받는 경험은 나를 완전히 녹였다가 다시 굳히게 한다.


3년 만에 만난 선생님은 여전히 따뜻했고 안정감을 주었다. 내가 살인을 저지르고 세상 사람이 날 비난해도, 선생님만은 내 마음의 동기를 물어봐줄 것 같은.






1회기 때 참 많이 울었다. 한 달 넘게 참고 참았던 감정을 마음 놓고 쏟아낼 수 있었다. 선생님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곳인지를 알고 계셨다. 그동안 참 애썼다고 도닥여주었다.


그리고 당장 사례 담당자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이 주는 안도감이란.


이전부터도 몇몇 동료들과 배우자는 그 사례를 다른 담당자에게 넘기는 것에 대해 제안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손에 쥐고 있는 것을 택했다.


그러다 3년 만에 만난 선생님도 같은 말을 할 때, 그때서야 확신이 생겼다.



아, 내가 정말 지금 위험한 상황에 있구나.




블록이 나를 향해 우르르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저 맞고만 있거나 겨우 피할 뿐이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이제서야 쏟아진 그 블럭들을 조금씩 정리해가게 되었다. 상담을 시작하면서 말이다.


지금 내가 느껴온 마음들은 결국 과거의 경험과도 연결이 되어 있었다. 신입 때 인정받지 못하고 갑질만 당하던 상황에 있다, 지금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오면서 날개를 달게 된 경험. 직장 동료들의 격려와 칭찬에 더 잘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그렇게 열심히 뛰다가, 지금은 크게 넘어져버린.



공포와 긴장 상태에서는 완전히 안전해지기 전까지 그냥 누워있어도 돼.




계속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나를 향해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었다. 기존에 다져왔던 일상을 이어가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며 침울해할 필요가 없다는 걸 말이다.






아직 2회기, 시간으로 따지면 아직 3시간 도 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 가장 많이 느끼는 마음은 ‘괜찮아’이다.


이제 괜찮아, 이제 안전해질 거야.

잠시 가만히 있어도 괜찮아.

넘어졌어도 괜찮아, 무너질 수 있어, 다시 일어설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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