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심리상담을 찾게 된 이야기
말라위에서 돌아오고 한국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나는 생애 처음으로 '내돈내산' 상담을 받았었다. 운 좋게도 케미가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나 8개월 동안 '나'라는 바다를 마음껏 탐험했다.
그렇게 3년 후, 나는 다시 심리상담을 찾게 되었다.
심리상담을 시작하는 계기는 모두 즐거운 일로 시작되지는 않을 것이다. 3년 전과 현재의 나는 내 삶에 어떠한 ‘큰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이 내 삶을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아서, 내 일상을 쥐고 흔들어대기에 상담을 찾게 되었다.
8월 초부터 내 정신이 조금씩 흔들리는 걸 경험했다. 원인은 날 힘들게 했던 ‘그 사례’였다. 내 열심이 닿지 않는 경험. 나를 향한 그들의 이유 없는 분노. 그로 인해 조여 오는 공포까지. 어느새 나는 일상생활에서도 그들과 마주치진 않을까, 그들이 내게 위해를 가하진 않을까를 걱정하며 전전긍긍하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전화 벨소리가 울리는 게 두려웠다. 초인종이 울리는 게 두려웠다. 전화받는 것을 주저하게 되었다. 다른 사례를 다루기가 자신이 없어졌다. 무엇보다, 그냥 사무실에 오는 것 자체가 내가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8월달은 거의 매일 울었던 것 같다. 사무실에서도 울고 집에서도 울었다. 고마웠던 건 직장 동료들이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함께 울어주었다는 것. 하지만 그 공포를 계속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문득 3년 전 ‘나’라는 사람을 함께 탐구해주었던 상담사 선생님이 떠올랐다. 많은 고민 끝에, 상담사분께 다시 연락을 했다.
다시 상담을 시작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여러 생각이 따랐다. 이 사례만 아니라면 내 삶에 큰 이슈가 없었기에, 이것이 ‘상담을 받을만한 일인지’에 대한 걱정이 컸던 것 같다.
결론은, 도움을 청할 줄 아는 것 또한 삶을 살아가는 데 큰 자산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다.
그분께 연락을 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쏟아졌다. 그분께 도움을 청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문제가 절반은 해결된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회복’이라는 산 정상을 향해 단단히 짐을 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