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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Aug 14. 2021

안 괜찮은 사람은 없다

우리,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합시다

지난주부터 슬럼프가 왔다. 정확히 말하면 마음이 힘든 시기였다. 지금 상태는 폭풍이 잠시 잦아든 상태. 다행이다.


매일 저녁에 집에서 울었다. 심지어 사무실에서도 울었다. 눈물이 계속 나왔다. 이젠 눈물샘이 완전히 말랐겠지, 싶은 순간에도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마음이 아프니 몸도 아팠다. 백신 맞은 직후 잠잠했던 내 몸은 스트레스와 겹쳐 온갖 부작용을 뿜어냈다.


힘든 상태가 지속되니 누군가에게 말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 너무 힘들다고, 나 좀 도와달라고.


다행히 동료들은 모두 자기 일처럼 공감해주었다. 같이 눈물을 흘려주기도 했고, 따뜻한 말을 눌러 담은 편지와 선물을 주기도 했다. 자기 대신 재택근무를 가지라는 사람들까지. 참 따뜻했다.






아보전에서 일하면서 PTSD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불쑥 사무실을 찾아와 난동을 피우는 사람, 온갖 화와 히스테리를 부리는 사람, 무리한 요구를 해가며 고소하겠다고 하는 사람. 괜찮은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았다.


지부장님이 그러셨다. 아보전에서 일하면서 안 괜찮은 사람은 없다고. 그저 하루하루 꾹 참고 버티고 있는 거라고. 나는 꾹 참고 있다가 휘청거리며 넘어진 상태였다.


결국 시간이 약이다. 어찌저찌 시간이 흘러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나를 생각하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하지만 내가 아보전에서의 일을 완전히 그만둔 게 아니고, 날 힘들게 하는 대상자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마치 먹잇감을 기다리는 하이에나처럼 날 보며 으르렁 거리고 있는 것만 같다.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된 게 없다. 다만 내 마음을 조금 추스렸을 뿐. 주말에도 그들에 대한 생각은 생각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위축된다. 원래 잘하던 것도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중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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