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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밋너 Apr 01. 2017

또 한 번의 祭亡'Leslie Cheung'歌

14주기에 쓰는, 장국영을 위한 15번째 추도사


리버가 죽었을 때 나는 겨우 한국 나이 여덟살의 꼬마였다. 한 살 빨리 들어간 국민학교에 적응하느라 쩔쩔 매던 코찔찔이 시절이라 나는 리버가 죽은 줄도 몰랐다. 리버가 바이퍼의 공연을 앞두고 마약에 쩔어 마지막 숨을 내쉬던 그 순간에 나는 그림일기 따위를 그리며 오늘도 맑음 급식우유 냄새난다 같은 쓰잘데기 없는 내용을 빼뚤거리는 글자로 쓰고 있었다. 그 때 내 세상 안에는 리버라는 남자가 없었고 정작 죽은 뒤에 더 아름다워진 그 남자와 만난 건 그로부터 최소 칠년은 지난 뒤의 일이었기 때문에 난 아무 타격 없이 그가 죽는 순간을 흘려보낼 수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도 그렇다. 나는 여전히 리버를 사랑하지만 죽고난 뒤에 알게 된 그 남자를 위해 그가 죽은 시월의 마지막 날을 기억하고 가슴아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레슬리는 다르다.
소주를 찾으면서도 맥주 두 캔으로 어렵사리 마음을 달래고 향 대신 담배를 피우며 나는 열두시가 지나 또다시 찾아온 사월의 첫째날을 맞이했다. 모두가 만우절을 위해 시덥잖은 거짓말로 하루를 여는 이 날에 나는 당신의 타버린 뼛가루와 죽어있는 눈을 생각하며 술을 마셨다. 아직도 나는 레슬리만 생각하면 시리도록 마음 한구석이 저려온다. 아직도 나는 레슬리가 숨막히게 그립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감정은 이미 너무나 피곤하여 더이상 당신이 없는 이 세상을 사랑할 여력이 없다. 그 사람이 송두리째 가져가 불살라버린 뒤로 텅 비어버린 채 영영 메워지지 않는 마음의 공동과 함께, 내가 처음으로 사랑했던 장국영이라는 배우는 자신의 죽음을 세상에 전시함으로써 스스로를 잊혀지지 않는 길 위에 못박았다. 텅 빈 남자는 텅 빈 세상에 어쩜 그리도 꼭 들어맞게 슬프단 말인가.


그래, 정말 당신이 남긴 말이든 그렇지 않든,
感情所困無心戀愛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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