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해 오늘 출근길에는 옷장에서 후드티를 꺼내 입었다. 작년부터 즐겨 입고 다니는 검은색 기본 후드티인데, 전철 손잡이를 잡으려고 팔을 뻗다가 뒤늦게 알아챘다. 검은 후드티에 잔뜩 달라붙은 짧고 가는 털들을. 그리고 그 털들이 의미하는 것도.
우리 고양이는 아마도 인간들이 사냥을 하러 일터로 떠난 그 시간, 까물까물 졸려올 때마다 환기를 위해 열어둔 옷장으로 폴짝 뛰어올라 잘 개켜놓은 도톰한 후드티 위에 몸을 둥글게 말고 누워 한참을 잤나보다. 어쩌면 인간들이 모두 잠든 새벽녘의 공기가 조금 싸늘하게 느껴져 옷가지 사이에 자리를 잡았을지도 모른다. 반쯤 죽어버린 얼굴로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검은 후드티 위에 자신의 털을 한껏 뿜어내며 잠들었을 우리 고양이를 생각하며 홀로 빙그레 미소지었다. 고양이 털 투성이 후드티는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사입겠지. 이건 아주 특별한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