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초 3기의 생존법 첫째주
읽고 쓰고 운동하는 우리를 응원합니다.
작가
갖고 싶다, 이 단어.
저에게 작가란 '이번 생은 글렀어' 라며 스윽 발끝으로 밀어둔 뒤, 다음 생에는 꼭 한 번 가져보자 했던 정체성이었어요. 40대 중반이 되도록 엄마, 아내, 딸, 며느리, 경단녀, 워킹맘 등등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 뭔가 잘못되었다 싶었답니다. 속 답답한 날 활명수를 들이키며 제대로 사는 건 아닌 것 같은 날들이 쌓여갔지요. 저라는 존재가 아스팔트 바닥에 납작하게 늘러붙어 말라비틀어진 흔적 같았어요.
그러다가 시작한 슬초 브런치 3기 활동으로 저는 조금씩 선명함과 존재감을 되찾고 있습니다. 이제 4주 차에 접어든 브런치 세계는 하나의 대화방에서 두 개의 온라인 단체대화방으로 확장 분화되었어요. 곧 각 기수별 워크샵을 통해 세계관 공유와 소통의 대서사가 예정되어 있고요. 슬초 브런치 방에는 매주 걱정, 한탄, 근심, 응원, 격려, 기쁨, 환호, 절망, 도전에 재도전을 거듭하는 작가님들의 서사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나만의 언어로 글을 쓰고 나면 신체가 새로 구성되는 느낌'이라고 고백한 은유 작가님의 표현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일상의 활력을 되찾는 것도 언어가 존재의 집이며, 슬초 브런치 활동에서 제 존재를 증명하는 언어를 회복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내가 기록한 나의 언어는 작가의 서랍과 매거진에 담겨있으니, 3기 작가님들과 공유한 언어는 어떤 모습일까. 문득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1주 차 온라인 대화방을 살펴봤답니다.
어느 단어가 눈에 들어오시나요? 대화방 문장들을 분석해 보니 '걱정'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더라고요. 맞아요. 시작은 걱정과 설렘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뒤이어 인증, 폴더, 첨삭, 브런치, 책, 줌이 보이고 아, 환불도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단어들만 봐도 동기 작가님들과 나눴던 대화 내용들, 줌 수업이 퐁퐁 떠올라 드라마 다시 보기 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3기의 상징색이 '초록'으로 결정된 날, 학교 다닐 때 식물관찰일지를 썼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저희 집 아이들이 아무렇게나 빨래통 근처로 벗어던진 양말만큼이나 매일 어디에서든 눈에 보이던 존재들이 식물인데, 제 손으로 심고 가꾸고 자라는 과정을 적어나가니 특별함이 남달랐던 마음도 둥실 떠올랐습니다. '글쓰기'와 '작가 되기', '책 쓰기'에 대한 강좌와 커리큘럼이 코로나 이후 재고로 쌓인 마스크만큼 차고 넘치는 시대입니다. 그 가운데 이은경 선생님이 펴낸 책들에 공명하며, 온라인글들을 통해 공감하며 모인 슬초 브런치 3기는 독특한 울림과 결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의 구체성이 담긴 글을 통해 서로의 메아리가 되고자 하는 분들이 엮어가는 시공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