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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Oct 03. 2022

[詩] 광인일기

광인일기



1.     

해가 지면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나 

풀잎에 찌르르 이슬 누는

어여쁜 노루 눈을 피해 어디로 가나

어른어른 타는 냄새 풍기며 어디를 가나

동쪽 바다로 가나 달이 태어나는 곳

서쪽 들녘으로 가나 북극성이 처음 죽은 곳 

남루한 다리 흔들며 떨어지나 기슭으로 

이산 저산 물들이다 조각나나 구정물 속으로           

해는 져서 어디로 갔나 어디로 갔나 

밤도 달도 

찾을 수 없네          


2.     

빌어먹을 것이 없어 한 노파가 

개처럼 혀를 내밀고 눈을 받아먹는다

목구멍에 겨울이 밀려오면 

볏알처럼 무수한 혀 돌기가 냉정해진다

동굴 바닥에 뱃가죽을 깔고 누워 우주를 보니 

끼룩, 벼룩이 앓는 소리를 낸다

구정물 말라붙은 안구에 유성이 빗금친다

쥐를 족치듯 밤 새 별을 잡아챘건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

어둠속에서 끼, 끼룩

벼룩만 내지르는 생의 

비명


3.      

매음굴에서

매음 매음 우는 매미처럼 나는 삶을 구걸했다 

살고 싶다 

나는 살고 싶다

살고 있지만 나는 살고 있지 않다 

살고 있지만 살고 있지 않은 나는 살고 싶다

해도 들지 않는

골방에 틀어박혀 은밀하게 별을 세고 싶다, 나는        

  

4.     

나는

모든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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