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째 떨어지는 낙엽을 쳐다보고 있었다. 알록달록 노랗고 빨간 단풍 낙엽들. 그냥 쳐다보는 것만이 아니었다. 양팔은 허공에 허둥지둥 휘적휘적. 양다리는 바쁘게 좌우로 왔다 갔다.
잠시 전 친구가 한 그 말 때문이었다.
“떨어지는 낙엽이 바닥에 닿기 전에 손으로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그렇게 학교 본당 건물과 기역자로 이어진 강당 건물 앞에서, 파란 하늘과 단풍이 예쁘던 날, 회색 교복 단발 머리의 나는 낙엽을 손으로 잡기 위해 한 시간째 애를 쓰고 있었다. 바람이 제법 불고 때때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데도 그 하나의 낙엽을 손으로 잡기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20년이 넘게 지난 오늘까지도 그날 흣날리던 낙엽의 기억이 선하다.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수많은 낙엽들 끝에 내 손에 노란 단풍잎이 하나 쥐어진 순간. 마음속으로 주저 없이 외친 소원은 단 하나.
“서울대학교 99학번이 되게 해 주세요”
지금 생각하면 풋하고 웃음이 나오는 일이다. 아니 서울대를 가고 싶은 궁극적인 이유를 따로 따져서 그게 돈이면 부자가 되게 해 주세요 였을 수도 있고, 명예였으면 대통령이 되게 해 주세요 했을 수도 있을 텐데. 멍청하게도 앞뒤 따질 것도 없이 그냥 그렇게 서울대학교 학생이 되고 싶었던 것이 그때 그 고3 소녀의 맹목적 목표였다.
어디 낙엽뿐이었나. 고등학교 생활 내내 얼마나 많은 속눈썹을 손등에 올려놓고 훅훅 소원을 빌었는지. 단 한 번도 다른 것을 바란 적 없이 서울대, 서울대뿐이었으니,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 누가 되셨든 그 소원 들어주셨을 만도 했다 싶다.
그래서 그렇게 서울대 99학번이 되고 졸업을 하고 사회인이 되고 시간이 흘러 흘러 근 20년이 된 지금. 나는 그렇게 행복한가? 과연 서울대란, 한국사회에서 학벌이란, 그리고 좀 더 넓은 세상의 관점에서의 그것이란, 그렇게 18세 어린 소녀가 이 세상 다른 어떤 것 보다도 바라고 바랄만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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