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날 그렇게 맹목적으로 서울대 생이 되기를 원하게 만들었는지 지금도 가끔 의아할 때가 있다.
부모님이 엄청 엄하셔서 매일 몽둥이를 들고 지켜 서서 계셨거나, 서울대가 아닌 학교는 학교도 아니다고 매일 부르짖으신 것도 아니고. (부모님은 사실 '웬만큼 했으면 불 끄고 자라'에 가까우셨다)
서울대의 이름에 시옷이 들어가서,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다녀서 내지는 하다못해 관악산이 풍수가 좋은 거 같아서 같은 그 나이 또래의 미욱한 이유들도 분명 아니었고, 좋은 학교를 간다고 무슨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하루아침에 내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황금이 될 것도 아니었는데.
학교의 시스템이나 매스컴이 무언의 압력을 주었을까. 물론 한국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치는 그 나이 또래에게 성적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우월감, 자존감, 성취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 나이 또래 모든 학생들이 그렇게 서울대를 자나 깨나 바랬던 것은 아닐 거라는 점에서, 무언가 나에게 특별히 절실했던 무언가가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다행인 것은 내가 속눈썹만 불어대거나 단풍잎을 잡으러만 쫓아 다닌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으로 절실히 공부했다.
한참의 시간을 지나 유학을 하면서도, 온갖 인종의 외국인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도, 나는 십 대의 누군가가 어느 특정학교에 들어가고 싶어서 하루에 15시간씩 공부만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난 그렇게 공부했다고 이야기하면, 얘가 South가 아니라 North Korea에서 왔던가 또는 어느 이상한 영화에 등장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건 아닐까, 의심이 가득한 시선들을 받게 마련이다.
꼭 입시 목적뿐만이 아니라, 인생의 어떠한 목표를 위해서도 그렇게 여러 해를 실제로 자고 먹는 최소한의 시간을 제외하고 헌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부끄럽지만 마흔이 되어 내 삶의 순간순간 적어도 열심히는 살았다고 자부하는 나 스스로도, 내 인생의 부분 부분을 서로 비교할 때 내 고등학교 시절만큼 무언가에 열정을 가지고 집중을 해서 시간을 들여 노력한 적은 없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