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감정 인지하기
앞집에 사는 아기천사가 큰 사고를 겪고 기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된 후로 줄곧 나는 인간의 믿음과 기도가 절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힘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생각의 끝은 종종 나를 들볶는 계기가 되었다.
'니모가 앓고 있는 아토피가 나의 믿음이 부족해서 호전되지 않는 걸까.'
그도 그럴 것이 나의 믿음은 너무도 의무적이었고, 평소에 기도도 잘 안 하던 내가 이럴 때만 신을 찾는다는 것이 뻔뻔스럽게 여겨져 스스로를 괴롭히는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이었다.
돌이켜보니 꼭 앞집 아이의 일 때문만은 아니었고, 니모의 피부가 한 번씩 뒤집어진다거나 유독 잠을 못 자고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긁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피부에 대한 걱정은 어김없이 나를 향한 자책으로 변해갔다.
니모의 작은 어깨를 단단히 부여잡고 두 눈을 바라보며 반드시 좋아질 거라는 진정 어린 믿음 한 줌을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살갗이 벗겨져 드러난 피부를 볼 때면 내 입은 그 앞에서 주저앉았다. 누구보다 민감하고 섬세한 아이에게 솔직하지 못한 마음을 말하기 싫어서였다.
이런 마음을 부모님께 알렸고,
나는 다음과 같이 돌아온 말들을 잡아두고 당분간, 아니 좀 더 오래오래 마음이 휘청거릴 때마다 꺼내 읽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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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너의 큰 장점은 너를 잘 들여다보는 일인데 어떤 극한 상황이 다가오거나 궁지에 몰리면 자아성찰이 자책으로 바뀌는 것 같다. 네 힘으로, 네가 뭘 더 한다고 해서 니모가 좀 더 좋아지고 달라질 거라 생각하니? 그렇게 생각하면 네가 너무 힘들어지는 거야. 사는 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믿음이 강하면 호전되고, 믿음이 부족하면 악화될 거라 생각하니? 신이 그렇게 치사 하시진 않을 거다.
누굴 찾고 고민할 것도 없이 네가 바로 신이야. 네가 너를 믿어야지.
니모에게 믿음을 보여주는 게 힘들다면, 너희가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그럼에도 힘든 상황을 잘 견디고 버티고 이겨낼 수 있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심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사는 게 다 그런 과정이거든.
모든 건 다 지나가니 너무 애쓰지 말거라.
그리고 문득 또 네가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괴롭히는 시간이 찾아오거든, '아. 지금 내가 힘들구나. 불안하구나. 또 걱정을 하고 있구나. 자책하는구나.'하고 알아차리렴. 알아차리는 것 자체로도 큰 도움이 된단다. 알아차렸다 해서 '아, 앞으로 이래야지, 저래야지!'하고 깨달음이나 결론을 내지 말고 그냥 알아차리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필요하다면 티브이 채널을 바꾸듯 감정을 바꾸기 위해 그 장소를 벗어나거나 행동을 취해. 너에게 도움이 될 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모든 건 다 지나간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