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ris8679

배움에 대한 고민은 부모 몫이 아닌,

아이의 몫

by 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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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야, 너 유치원 숙제 있던데? 정말 안 해도 되겠어? 엄마랑 같이 하는 거 어때?"

"아니, 엄마! 나는 글자를 몰라가지고 선생님이 봐줄 거야. 안 해도 돼."

" 그래? 그렇구나. 근데 어린이집 카페에 사진 올라온 거 보니 다른 친구들은 숙제한 거 가져와서 한 명씩
앞에 나와서 발표 같은 거 하더라? 니모는 앞에 나와서 발표 안 해도 괜찮겠어?

"응. 숙제 안 해도 앞에 나가서 그냥 말하면 돼! 다른 친구들은 글자를 알아가지고 하는 거야.
나는 좀 더 커서 글자를 알면 그때 하면 돼."

"그래. 알았어. 그럼 네가 하고 싶을 때 하자!"

"응. 엄마. 우리 '내일 밤에' 같이하자. (니모의 '내일 밤'은 지금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뜻!)





지난주 금요일 니모 가방에 A4용지가 한 장 딸려왔다.

'내가 먹어 본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적고 맛에 대해 느낀 것,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해보세요.'
라는 내용이었는데 어째 니모 반응이 시큰둥했다.
안 하겠다는 아이를 붙잡고 억지로 시키고 싶지 않아 식기세척기 위에 며칠을 무심히 올려두었는데
그냥 두자니 거슬리고 버리자니 찝찝하고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다 니모에게 물어본 것이다.

니모는 겨우 여섯 살이다.
동탄은 교육열이 높아 그런지 아니면 똑똑한 아이가 많아서 그런지
동네에 글자를 곧잘 알고 쓰는 아이들이 참 많다.
나는 어떤 것이든, 본인 스스로 원할 때까지 억지로 시킬 마음이 전혀 없는지라
니모의 말을 가만히 듣고는 끄덕거렸다.

" 나는 이제 글 다 읽을 줄 알아! 그림책 보면 글자 다 읽거든! 너는 못 읽지?"

얼마 전 동네 친구가 한글을 배운다며 니모에게 으스댔다.
니모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는 그림책을 외우거든!"라고 대꾸했다.
동네 친구가 돌아가자 잠시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질문한다.

"엄마, 글자를 알아야 해?
"음. 니모가 크면서 천천히 알아갈 수 있어. 엄마 생각에는 지금은 몰라도 돼.
글자를 모르면 보이는 것들이 더 많잖아?
그림책을 봐도 엄마는 글자만 집중하느라 그림을 잘 못 보는데,
니모는 그림을 아주 자세히 관찰하잖아?

엄마의 답변이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 니모는 집으로 돌아와 좋아하는 곰돌이 그림책을 펼쳐가며 혼자 이야기를 짓기 시작했다.
손은 글자를 짚어가면서 마치 글자를 읽는 사람처럼 말이다.
아마도 동네 친구에게 본인이 그림책을 다 외운다고 했으니 미리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아, 웃겨라.

배움에 대한 고민의 몫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 자신이어야 한다.
나는 그저 니모가 다양한 것들을 직접 손으로 눈으로,
온몸으로 경험해볼 수 있도록 거들어주는
너보다 조금 더 큰 어른.

한글이든 외국어든 음악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니모가 스스로 원할 때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배움의 재미는 그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2020.8.11
'_배움' 자체가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를,
니모가 꼭 알아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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