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새로운 놀이를 하고 싶어서 다른 물건을 꺼내면, 선생님이 '아니야,했던 거 해!' 라고 했어. 난 다른 놀이를 하고 싶었는데.."
"아, 그랬구나. 선생님이 아마도 오늘 꼭 그 놀이를 같이 하고 싶었었나봐."
어제 저녁 자기 전 아이를 씻기며 무심코 물어 본 질문에 많은 얘길 나눴다.
니모는 그간 공동육아를 해온터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는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고 대부분 자유놀이이며, 아이가 하고 싶은 놀이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잘 짜여진 프로그램을 요하는 기관 활동이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힘들다.'라는 말을 입밖에 꺼낼 줄 몰랐다. 워낙 적응을 잘 하길래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아이가 하는 말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늘 귀담아 듣는다. 때론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말 속에 커다란 마음이 담겨있으니.
세상엔 네가 속한 곳마다 사람들이 정해놓은 규칙이 있고, 그곳에서 생활하려면 때론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어째 찝찝했다. 그 마음이 무엇인가 들여보니, 나는 다만, 어른이 아이에게 무언가를 요하는 방식. 그러니깐 위에서 아래로 상하관계라는 것.동방예의지국 한국에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공동육아를 하면서 '평어'사용에 익숙해지며 수평적인 관계를 체험했던 내 입장에서는 니모가 큰 어른에게 움츠러들어 본인의 의사표현을 머뭇거리게 될까봐 그걸 걱정하고 있던 것이다. 어른과 아이 관계가 늘 친구처럼 동등할 수는 없다. 나 역시 평소에 니모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게 되는 어른 DNA를 보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째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니모가 그 놀이를 못해서 속상했겠다. 나 같아도 정말 기분이 안 좋았을거야. 그럴 땐, 선생님한테 그 놀이를 못하게 되서 속상하다고 네 마음을 꼭 얘기하고 언제 다시 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어린이집 생활이 즐거울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고 속상할 수도 있고 그리울 수도 있고 가기 싫을 때도 있을거야.엄마도 집안일이 늘 즐겁지만은 않거든? 너 알잖아? 엄마 밤만 되면 힘들어서 짜증 많이 내는거? 하지만 엄마는 니모랑 아빠보면서 또 기운나는 것처럼, 네가 힘들때마다 엄마아빠가 옆에서 언제든 네 편이 되어줄테니깐 또 마음이 힘들 때 언제든 우리한테 얘기해줘. 엄마가 내일, 그리고 두 밤 더 자고 또 물어볼께. 혹시나 힘들었던 마음이 어떻게 변했는지. 니모가 낮잠 시간에 많이 간지러워해서 당분간 엄마가 1시에 데리러 가기러 했잖아?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끝나니깐 우린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 그리고 엄마한테 얘기해줘서 정말 고마워."
"응. 엄마. 나도 진짜 고마워."
대화를 한참동안 이어나가면서 아이 얼굴이 점차 편안해지는 걸 알아챘다. 언제나 밝고 개구쟁이 성격이라 몰랐는데 자기 나름대로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느라 긴장도 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겪으며 여러 감정을 느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