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있었어? 다 먹었어?' 니모를 하원 시킬 때 먼저 묻게 되는 말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 말이 제일 먼저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기대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는 '맛있게 먹었니?'라는 물음에는 '어서 맛있었다고 말해. 안 그러면 엄마가 슬퍼질지도 몰라 '라는 엄마의 기대와 음식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었다. 니모는 정말 컸나 보다. 어느새 엄마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엄마의 기분에 맞춰 말을 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엄마가 해준 요리가 젤 맛있어.'
어제는 하원 하는데 주임교사 선생님이 다가와 니모가 내려오기 전에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셨다.
"어머니, 니모가 아침을 많이 먹고 오는지 반찬을 남길 때가 종종 있어요. 어제는 브로콜리를 가리키면서 이건 자기가 안 좋아하는 건데 엄마가 슬퍼할까 봐 다 먹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억지로 다 먹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 주었는데, 남기면 버려서 아까우니 앞으로 반찬은 조금씩 싸주셔도 될 것 같아요."
순간 알아차렸다. 내가 은연중에 아이에게 흘려했던 말들은 얼마나 많은 보상을 바라고 있었던지. '맛있지? 네가 다 먹으면 엄마가 정말 기쁘다.' '우와, 다 먹었네? 진짜 잘했어!' 라는 말들은 아이에게 '다음에도 엄마 바람대로 해줘.'라는 암묵적인 표현이기도 했다.
니모를 차에 태워 돌아오는 길에 이번엔 내가 먼저 물어보기도 전에 니모가 ' 엄마! 밥 맛있었어!'라고 했다. 내가 그간 아이에게 어떤 실수를 해왔는지 제대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니모야. 건강을 위해서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할 필요는 있지만, 엄마가 해준 거라도 네가 먹고 싶지 않은 것들은 다 먹지 않아도 돼. 남겨도 돼. 정말이야."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마음을 전했다. 니모는 그간 자신의 연기(?)가 들킨 듯 어리둥절했다가 놀란 표정으로 "응"이라고 짧게 말하고는 오늘 아침, 기다렸다는 듯 솔직한 마음을 꺼낸다.
"엄마, 나 파프리카는 생으로 말고 볶음밥에 넣을 때만 줄 수 있어?(파프리카를 익혀달라는 뜻) 앞으로 복숭아는 안 넣어줘도 돼"
나는 이제 더 이상 ' 맛있었어?' '유치원 생활 재밌었니?' '네가 그곳에서 잘 지내니 너무 좋다.' 이런 식의 부모 의도가 뻔히 담긴 질문을 들이대지 않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