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두리 해안사구
바람의 나라 입구답다.
방문을 환영하는 지역 상징물처럼 풀이 눕는다.
나도 눕는다.
바람은 쉴새 없이 모래를 실어 나른다.
거대한 모래언덕이 통치자의 위엄을 발산한다.
수천 년 시간의 분쇄기에 깎이고 부서진 바위는
바람이 견딜 만큼 가벼워지고 나서야
이 거대한 모래 언덕에 정착했을 것이다.
긴 팔의 통보리사초가 모래땅을 짚고 덤블링을 한다.
갯메꽃은 일찌감치 포복 자세로 긴다.
바람에 맞서다간 척추가 휘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허리 꼿꼿이 펴고 누구 하나 고집부리지 않으니
바람의 나라에는 정형외과가 없다.
없는 것이 또 있다.
길이 없다.
오래된 길도 없고 새로 나는 길도 없다.
곤충 한 마리 납작 엎드려 걷다가 길을 잘못 들어
급경사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곧 뒤집힌 몸을 재정비하고 다시 언덕을 오른다.
뒤꽁무니를 바짝 따라 붙은 것은 길 청소부 바람이다.
바람은 녀석의 발자국을 핥고 쓰다듬는다.
나는 길 없는 길을 걷는다.
자꾸 뒤돌아보는 내게 바람은 말한다.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고 지나간 과거를 되새김질 하느니 지금 이 순간을 의심해라.
지금이 전부인 것처럼 살고 있는지.“
서성이고 휘청거린 내 발자국 위에
곡선의 아름다운 줄무늬가 새겨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