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예쁜 음식 찌꺼기를 본 적 있으세요?

엽낭게의 식사시간

by 키작은 울타리

쓰윽- 쓰윽-

쓰읍- 쓰읍- 떼구르릉~

바닷가 모래밭 엽낭게의 식사시간입니다.

녀석은 엄청난 대식가임에 틀림없습니다.

밥 먹은 자리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없습니다.

녀석이 씹고 버린 음식물 찌꺼기로 모래밭은 발 딛을 틈이 없습니다.

설거지 담당은 아직 귀가하지 않은 바닷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앙증맞고 알알이 예쁜 음식 찌꺼기를 본 적 있으세요?

심지어 카네이션 꽃잎을 그리는 재주까지 부렸습니다.


긴 겨울밤 뚝딱뚝딱 새알심을 빚는 엄마가 있습니다.

똑 닮은 새알심들이 떼구르릉 쟁반위를 구릅니다.



흰 거품을 풀어 바닷물이 설거지를 합니다.

바닷물은 설거지의 달인인가 봅니다.

눈 깜짝할 사이 말끔하게 설거지를 마쳤습니다.

모래밭이 반짝반짝입니다.


설거지는 끝났지만

바다는 양 손에 스티로폼, 페트병, 종이박스를 들고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가지 않습니다.

녀석들이 엄청나게 먹어치우는데도 쓰레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태풍이 부는 날, 바다는 몸부림칩니다.

속이 뒤틀리고 경련을 일으키며 구토를 합니다.

바다가 토해낸 것은 사람이 버린 쓰레기입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

기진맥진해 쓰러진 바다의 신음소리를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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