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염생식물이
바다 사막에 쫑긋쫑긋 귀를 세우고
세상 밖으로 얼굴 내민 칠면초가 앙증맞다.
엄마의 좁은 산도를 통과하느라
멍과 혹을 달고 나왔던 내 첫 아이처럼
목마른 땅을 뚫고 나오는 여정이 모질었나보다.
머리에도 팔뚝에도 흉터 자국 하나씩 달았다.
어쩌면 같은 종씨(宗氏)인지도 모른다.
빼어난 몸매의 육지 소나무를 보며
사는 형편을 두고 불평도 할 만 한데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물속에 서 있는 갯솔나물이
기죽지 않고 야무지다.
그것이 그럴 만도 하다.
갯벌 구경에 나섰다가 진흙이 한 쪽 발을 삼켰다.
내 체중을 지탱할 리 없을 텐데
나는 작고 여린 퉁퉁마디와 갯솔나물에
남은 한 쪽 발을 딛고 말았다.
내가 잡은 것은 지푸라기가 아니었다.
뿌리는 얼마나 많은 날 동안 근육을 단련시켰을까.
뻘 속 근육은 내 육중한 몸을 거뜬히 견뎠다.
게다가 꺾인 관절이 서서히 진흙 속에서 일어났다.
한 뼘도 안 되는 등치로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바다사막 키 작은 세상.
팔다리 한 번 제 맘대로 뻗어보지 못하고
철사로 몸을 휘감아 장수(長壽)하는 소나무에게
짧고 굵게 살다가는 갯솔나물은
충분히 기죽지 않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