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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동전을 세며
잊혀져가는 것들
by
키작은 울타리
Oct 22. 2020
쏴르르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동전들이 신났다.
몇 개 세지도 않았는데 손바닥은 금세 숯검댕이다.
백원 1980,
집으로 가는 차비와 맞바꾼 아이스크림.
시원 달콤함이 주는 행복은 100미터를 못가 동나고
땡뼡 아래 4키로를 걸어 집으로 가야 했다.
그 다음날에도...
여름날 손해보는 거래는 두 다리의 근육을 키웠다.
횡재란 것이 길바닥에서 쏘아 올리는 빛을 발견하는 일.
손에 꽉 쥐고 곧장 구멍가게로 달린다.
길에는 꽃비가 내리고 고개 숙인 벼이삭이 일어나 춤을 추었다.
손바닥에 빨간 꽃물이 들어 있었다.
백원 2020,
동전은 얼굴 없이 통신선을 타고 전국을 떠돈다.
구멍가게로 달리던 아이의 손안에 있던 동전은
방구석 어딘가에서 그 존재가 잊혀져 간다.
그러나 아직도 동전은 우리 삶의 일선에 서있다.
누군가에게는 당장 하루 한 끼의 식사가 된다.
어느 매장 계산대 앞에 선 아버지의 야윈 손에서
구호에 맞춰 정렬하는 동전들은 세상을 울린다.
아들의 운동화를 사기 위해 몇 달 몇 년을 기다려
동전은
빛을 본다.
기약없는 기다림으로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손 때 묻은 동전들.
언젠가는 세상 밖으로 나와 금(金)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 될 지도 모른다.
신발이 닳도록 전국의 산천을 떠돌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수많은 사연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이
동전 말고 또 있을까.
손에 묻어나는 까만 때는 동전이 사람들과 부둥켜 안고 함께 흘린
눈물과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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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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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향기나는 장미꽃보다 들판에 서로 어우러져 핀 들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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