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그랬을 것이다.

날개만 있으면...

by 키작은 울타리

하늘을 날고 싶어 집채만 한 날개를 달고 산을 오른다.

산허리에서 진을 치고 버티는 안개로 중도 하산이다.

다시 날을 잡아 오른다.

고분고분했던 바람이 산 위에서 강풍으로 돌변한다.

언제든 하늘을 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번번이 날개를 접는다.

비바람과 안개가 순번을 정하고 작당모의라도 하는 것 같다.


최적의 날이다.

흰 구름이 공중 관람석을 가득 메운 이륙장에서

햇살의 호위 아래 힘껏 발길질을 한다.

땅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제자리에서만 허우적댄다.

맞바람이 인정사정없이 날개를 꺾었다.

바람은 서투른 내 발길질에 발맞춰 줄 생각이 없다.

날개를 정비하고 다시 발길질을 한다.

몇 차례 엄한 땅만 파헤치고 나서야 하늘을 날아올랐다.



날개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허우적대고 휘청거리지 않고 단 번에 나는 것이 있을까.

새들도 그랬을 것이다.

숱한 날갯짓을 하고 깃털을 뽑혀가며 날아올랐을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멀리 이륙장에

나무 한 그루 뽑혀 나간 흙구덩이가 멀어져 간다.

새들도 가슴에 구덩이 하나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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